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오른쪽)와 본지 구민기 기자가 10일 일본 도쿄 사무실과 경기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실시간 화상 인터뷰 중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오른쪽)와 본지 구민기 기자가 10일 일본 도쿄 사무실과 경기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실시간 화상 인터뷰 중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을 잡을 골든타임을 지금부터 3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확실한 전략으로 세계 최대 만화시장에서 초격차를 보이는 1위 사업자가 될 것입니다.”

카카오의 일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의 김재용 대표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픽코마가 지난달 일본 앱마켓에서 비(非)게임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인터뷰는 카카오 경기 판교 본사와 카카오재팬 도쿄사무소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했다.

픽코마, 일본 만화시장 1위 등극

만화왕국 日 점령한 카카오…"압도적 1위 되겠다"
픽코마는 2016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망가, 망가박스 등 대부분의 만화 플랫폼이 2013년 출시된 것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종이 만화책을 스캔한 ‘디지털 망가’만 있던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에 한국의 웹툰을 들여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픽코마는 2017년 225억원, 2018년 623억원, 2019년 1439억원을 벌어들이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수익성도 크게 좋아지고 있다. 한국 웹툰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며 김 대표의 전략이 통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 결과 픽코마는 ‘만화 왕국’ 일본에서 만화 플랫폼으로 정점에 서게 됐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픽코마는 지난달 일본 양대 앱마켓(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에서 만화 앱을 포함한 비게임 부문 통합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후발주자였던 픽코마가 4년 만에 이룬 성과라 매우 뜻깊다”고 했다.

올해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 규모는 4조5109억원(추정치)으로 세계 1위다. 중국(1조7806억원), 미국(1조6619억원), 한국(1조5432억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직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은 2조원 이상의 종이 만화시장도 있어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

“확실한 1등 되겠다”

김 대표는 “카카오재팬에는 향후 3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만화업체들이 디지털 만화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존 업체의 디지털 전환이 매우 빨라지고 있다”며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재팬은 한국 웹툰 출판사들과 협업해 콘텐츠 품질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독자를 분석하는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일본 독자의 행동 패턴, 독자 유형별 선호 장르 등이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출판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작품마다 일간 단위 매출 규모까지 공개하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김 대표는 “플랫폼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며 “일본 시장을 노리는 한국 작가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프로모션도 더욱 고도화한다. 픽코마는 AI를 통해 이용자별 특화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 주에 한 번꼴로 방문하는 이용자에게 방문 예상일에 맞춰 알림을 보내는가 하면 무료로 이용하다가 처음 결제한 사람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관련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하기 위해 개발자들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카카오재팬의 실적은 날로 개선되고 있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며 “일본 시장을 확실하게 잡아 한국 웹툰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