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발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발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제약·바이오산업이 안보 산업이며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줬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7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제약 안보, 제약 주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약산업 중요성 부각

제약·바이오산업 선진국인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의약품 상당수를 인도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하던 구조 때문이었다. 인도 중국 등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장이 폐쇄되자 수입 길이 막혔다. 한국은 의약품 생산시설이 대부분 국내에 있어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산업의 키워드도 바꿔놨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제네릭(복제약)의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리베이트가 제약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돼왔다. 신약 개발 여력이 떨어지다보니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산업구조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오히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것이 원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감염병 대유행이 더 찾아올 것에 대비해 필수의약품 원료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건강보험 등을 통해 국산화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제약 안보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제때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보다 늦더라도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민관이 협력해 개발, 생산, 물량 확보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기업 간 협력 강화할 것”

정부는 의료·헬스케어를 콘텐츠, 에듀테크, 디지털서비스, 핀테크, 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6대 K서비스로 선정해 새 수출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원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해 산업적 측면보다 사회적 기능에 방점을 찍어왔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국산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간 15조~17조원이다. 여기에 건보 재정 안전성 등을 이유로 약가를 지속적으로 낮춰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산 의약품 시장을 키우려면 무조건 약값을 깎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한국산 제네릭이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장을 지낸 원 회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은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대통령 직속 제약산업발전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보건산업정책국을 보건산업정책실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 성장 방법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꼽았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55개가 참여해 출범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 회장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사례가 보여주듯 신약 개발 성공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견뎌야만 거둘 수 있는 열매”라며 “기업과 정부 모두 벽을 없애고 혁신신약, 개량신약, 제네릭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