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금융권, 마이데이터 정보 공유 '동상이몽'
A씨가 ○월 ○일 네이버 쇼핑을 통해 B 가맹점에서 10만원짜리 나이키 등산화, C 가맹점에서 5만원짜리 샌들을 구매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네이버페이로 한 번에 결제했다고 치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가 정보 주체인 A씨의 개인 신용정보 전송요구권 행사에 근거해 네이버 측으로부터 공유받을 수 있는 정보는 어디까지일까.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진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지난 5일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사업자 허가 절차가 시작되면서 데이터 공유 범위를 둘러싼 금융권과 빅테크의 신경전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네이버가 쇼핑내역, 검색정보 등을 최대한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사가 예금, 대출, 카드, 보험 등 각 사의 핵심 금융거래정보를 내놓는 만큼 네이버도 알짜 정보를 내놔야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다.

당국도 빅테크가 상호주의 관점에서 일정 부분 정보를 공유하는 게 맞는다는 시각을 공유한다.

다만 신용정보가 아닌 일반 개인정보, 예를 들어 비금융정보인 검색정보는 신용정보법상 전송요구(공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네이버 쇼핑 결제정보, 어디까지 공유될까
쇼핑정보처럼 다소 애매한 부분도 있다.

쇼핑은 단순히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제로 이어질 경우 관련 정보가 신용정보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물건을 샀다면 그 물건이 가구인지 신발인지, 나아가 등산화인지 샌들인지, 사이즈는 몇이고 브랜드는 어디 것인지도 상거래 정보로 볼 소지가 있다고 본다.

9일 금융위 관계자는 "디테일한 소비 내역을 주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소비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는 소비자가 원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충분히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이자 마이데이터 사업 주체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생각하는 범위는 금융권이나 금융위의 구상과 차이가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월 ○일 나이키 등산화 XX 외 1건, 상품금액 15만원, B 가맹점' 등과 같이 결제정보에 더해 대표품목 정보 정도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어느 정도로 정보를 제공할지 금융위 등과 협의 중"이라며 "만약 전체 품목 정보 등을 제공하라고 하면 그 정보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받아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제정보를 넘어서는) 주문정보가 신용정보에 해당하는지는 애매한 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용정보법은 신용정보를 금융거래 등 상거래에서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판단할 때 필요한 정보로서, 신용정보 주체의 거래내용이나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 규정한다.

거래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에는 상행위에 따른 상거래의 종류, 기간, 내용, 조건 등이 포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선 빅테크와 금융권이 (공유할 신용정보 범위 등에 대해) 협의하고 합의가 안 되면 정부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유권해석이나 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해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 간편결제 사업자 후불결제 허용 놓고도 설왕설래
금융위원회가 대금결제업자에 대해 결제대금 부족분을 최대 30만원까지 후불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카드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가 사실상 신용카드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기존 카드사 등에 대한 역차별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또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1인당 2장까지만 발급되는 반면 간편결제는 업체 수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도가 훨씬 높다는 지적도 있다.

10곳에서 결제를 한다고 하면 최대 300만원까지 후불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소액만 후불결제를 허용한 것이지 여신 기능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신용카드와 달리 현금·할부 서비스 등을 할 수 없고 이자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사를 통해 개인별 한도를 후불결제 한도를 차등 부여하고 사업자 간 연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처럼 후불결제액이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