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기 거친 태양빛서 오존 확인…지구같은 외계행성 찾는 '단서'
허블,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 찾으려 개기월식 달을 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 대기를 거쳐 개기월식 중인 달에 반사된 태양 빛에서 자외 분광법으로 오존(O₃) 흔적을 찾아냈다.

이는 우주에서 생명체가 사는 행성으로는 유일하게 확인된 지구를 대용물로 삼아 지구와 비슷하게 오존 대기를 가진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에 따르면 '대기·우주물리연구소'의 앨리슨 영블러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암석형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한 빛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 지난해 1월 20~21일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인 개기월식 때 지구 대기를 거쳐 달에 반사된 태양 빛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했다.

지구 대기를 통과한 태양 빛을 분광 분석하기 위해 달에 반사된 태양 빛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한 별빛은 분광 분석하면 대기를 구성하고 있는 화학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서 자외선 파장으로 산소 분자인 오존 분광 흔적을 찾아냈다.

오존은 수십억년에 걸친 광합성 활동의 산물로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하고 진화하는 필수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에서는 약 6억년 전에야 대기에 쌓여 태양의 치명적인 자외선 복사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수 있게 됐으며 이때부터 생명체가 바다에서 나와 뭍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개기월식을 자외선 파장으로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기월식 때 달에 반사된 태양 빛에서 오존 분광 흔적을 찾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상망원경을 활용해 이를 측정한 적이 있으나 허블 망원경은 지상에서는 대기를 거치면서 흡수돼 활용할 수 없는 자외선 파장을 이용한 것이어서 더 강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허블,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 찾으려 개기월식 달을 보다
오존 이외에 메탄과 산소, 일산화탄소 등 다른 생명체 관련 원소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빛 파장을 이용한 관측이 이뤄져 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베를린공과대학의 안토니오 가르시아 박사는 이와 관련, "외계행성을 충분히 파악하려면 다양한 기술과 빛 파장을 이상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번 방식은 행성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자외 분광법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외계행성 대기에서 오존을 찾아낸다고 생명체 존재 행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생명체 존재 행성으로 결론을 내리려면 오존에 더해 다른 분광적 신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오존은 특정 파장에서 더 쉽게 포착되는데, 다양한 생명체 신호를 여러 가지 파장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 최신호를 통해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