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미디어텍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기존 반도체 '수급길'과 '우회로'가 모두 막힌 화웨이로부터 발생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2~30% 증가한 3조3500억~3조57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은 41.5~44.5%에 달한다.

미디어텍의 이 같은 호실적은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 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서브 브랜드인 '아너'의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미디어텍의 중간급 시스템온칩(SoC)인 '디멘시티 800 5G' 구매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미디어텍으로부터 반도체 물량 수급을 늘리고 있는 건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 정부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화웨이는 자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으로 부품을 수급해왔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대부분의 주문을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통해 모바일 AP인 '기린' 시리즈 등을 우회적으로 생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5월 15일 추가 규제를 통해 이마저 막아버렸다.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외국 기업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해 화웨이와 TSMC 간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이처럼 반도체 수급길과 우회로가 전부 차단된 화웨이는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미디어텍이 설계하는 모바일 AP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텍은 TSMC에 위탁 생산하는 반도체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미디어텍은 향후 가격이 저렴한 모바일 AP '헬리오'와 5세대(5G) 이동통신 칩셋인 '디멘시티'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해 AP 업계 1위 퀄퀌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미디어텍의 호실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텍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4% 증가한 약 5조2257억원(1284억6000만 대만달러)를 거뒀다.

디지타임스는 "화웨이는 타사의 모바일 AP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올해 혹은 내년 2월께 미디어텍의 고급 5G AP를 구매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향후 미국 라이센스를 취득한다면 다시 퀄컴에서 5G AP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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