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연구원이 본사 중앙연구소에서 신약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경DB
유한양행 연구원이 본사 중앙연구소에서 신약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경DB
국내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 학계, 연구소, 정부가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본격 가동하면서 국산 혁신 신약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각개약진하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국산 혁신신약 개발 마중물

혁신의약품컨소시엄은 지난 6월 출범했다. 지금까지 51개사가 59억원의 출연금을 냈거나 내기로 확약했다. 협회 출연금 7억원을 포함하면 목표액(70억원)에 거의 도달했다. 추가로 동참 의사를 밝힌 제약사도 있어 기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탄 확보한 K바이오 연합, 신약개발 '속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공동 출자·개발을 뼈대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한다는 점에서도 기존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산·학·연 R&D는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이뤄졌다. 국내에서 취약한 질환 치료제의 R&D 생태계를 조성하고 백신, 치료제 등의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보자는 게 이번 컨소시엄 구성의 취지다.

혁신의약품컨소시엄은 참여사나 바이오벤처가 보유한 후보물질로 R&D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약사 및 연구소와 합작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기초단계 연구 활동은 참여사들의 연구시설 등을 활용한다.

외국에선 이미 국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는 컨소시엄이 구축돼 있다. 유럽 혁신의약품이니셔티브(IMI)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의약품산업협회 회원사들이 공동 출자한 컨소시엄이다. 일본도 2015년 일본제약공업협회(JPMA) 주도 아래 21개사가 뭉쳐 15만 개 후보물질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J-CLIC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꾸준히 늘어나는 제약 R&D

신약 개발 성공률은 0.02% 안팎이다. 실패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신약 하나만 성공해도 일약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R&D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 110여 곳의 R&D 투자액은 2015년 1조5731억원에서 지난해 2조4753억원으로 57.4%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글로벌 기업에 기술수출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의약품의 반감기를 대폭 늘린 랩스커버리,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 등 꾸준한 R&D 투자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외 바이오벤처와의 적극적인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으로 주목받았다.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항암제 레이저티닙을 얀센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하며 화제가 됐다.

R&D 투자를 늘리는 중소·중견 제약사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제약은 구강붕해필름(ODF) 기술을 바탕으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를 인도네시아와 대만에 수출했다.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SCD411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가 미래 핵심 산업이 되려면 산업계의 R&D 혁신과 정부의 지원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