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식도염에 쓰는 PPI 약물, 코로나 중증 위험 79% 높여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조주영ㆍ유인경 소화기내과 교수와 연동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승원 세종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팀은 PPI를 쓴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위험이 79% 정도 높아진다고 31일 발표했다. PPI 복용과 코로나19 간 상관관계를 처음 밝힌 논문으로 소화기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거트) 최신호에 실렸다.
PPI는 위벽에 있는 양성자펌프를 불활성화시켜 위산 분비를 차단하는 치료제다. 역류성식도염이나 소화성 궤양 등 소화기 질환 치료에 많이 쓴다.
연구팀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국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18세 이상 성인 13만2316명을 최근 1개월 이내 PPI 사용 환자군(1만4163명), 과거 PPI 사용 환자군(6242명), PPI 비사용 일반인 대조군(11만1911명)으로 나눠 코로나19 중증 악화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PPI 복용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4785명)를 세부분석 했더니 1개월 이내 PPI 사용 환자군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사용, 사망 등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79% 정도 높았다. 과거에 PPI를 사용했던 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았다.
위산은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PPI는 위장관 내 위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약을 먹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PPI를 복용하면 심장, 폐, 위장관 등에서 ACE2가 많이 생기는데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와 연관 있는 세포막 단백질이기 때문에 중증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유 교수는 "PPI 복용이 일반인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높이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역류성식도염이나 소화성 궤양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역류성식도염이나 소화성 궤양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이전에 사용하던 약물을 살펴보는 등 더욱 각별히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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