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심 간호사 "阿 의료선교 30년…말라위에 의대 설립이 꿈"
“간호가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것뿐인데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의료현장에서 분투하는 한국 간호사와 말라위의 의료진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된 백영심 대양누가병원 간호사(58·사진)는 20일 공을 동료 의료진에게 돌렸다. 백 간호사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돕는 일에 인생을 걸겠다며 27세에 아프리카 의료 선교의 길을 선택했다.

제주 함덕이 고향인 백 간호사는 1984년 제주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부속병원 간호사로 일했다. 평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겠다는 목표를 가진 그에게 간호사는 하늘이 내려준 직업과도 같았다. 그러다 아프리카는 아프면 의료진을 접할 기회도 없이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사를 결심했다.

1990년 케냐에서 마사이족을 상대로 의료 선교를 펼친 백 간호사는 1994년 말라위로 옮겼다. 아프리카 동남부 내륙국가인 말라위는 기초적인 농업 외에는 산업화가 되지 않은 최빈국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달러 수준이다.

말라위에 도착한 백 간호사는 이동진료차량을 마련해 말라위에서도 극빈 지역으로 꼽히는 치무왈라에서 보건활동을 펼쳤다. 주민과 벽돌을 빚고 쌓아 500㎡ 규모의 진료소를 세웠다. 하루 100명 넘는 환자를 돌보면서 그는 전문 인력과 시설 부족을 절감했다. 2008년 국내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수도 릴롱궤 외곽에 대양누가병원을 세웠다. 연간 20만 명을 치료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한 대양누가병원은 시설과 약품 면에서 말라위 국립병원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간호사는 지난 3월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병원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체온계 등 현지에 부족한 물자를 보내고 있다. 백 간호사는 “다시 하늘길이 열리면 말라위에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백 간호사는 간호뿐만 아니라 말라위 사람들의 교육, 건강, 자립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말라위 정부와 협력해 보건사업을 펼쳤고 간호대학과 정보통신기술대학 설립을 주도했다. 매년 40명씩 간호사를 배출해 지역 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양누가병원에 의과대학을 설립해 교육과 의료 수준을 함께 높이는 것이 백 간호사의 목표다. 성천상 상금도 병원 운영비, 약품 구매비 등에 쓸 계획이다.

성천상은 국내 최초 수액제 개발을 통해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한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JW그룹 공익재단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제정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