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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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반도체 칩 설계는 할 수 있지만, 생산 능력이 없는 화웨이는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 신제품 출시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관련 업계와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TSMC는 전날 "종전에 주문 받은 반도체 제품은 생산해 납품할 것이지만 9월14일 이후에는 화웨이와의 거래가 완전히 단절된다"고 밝혔다. TSMC는 올해 5월15일부터 신규 반도체 제품 생산 주문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지난 5월 시행한 강력한 대 중국 제재 조치에 따른 TSMC의 이번 거래 중단 선언은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이기도 한 화웨이에겐 큰 타격이 될 전망. 전자기기 핵심인 반도체 수급 '우회로'까지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 정부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자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으로 부품을 수급해왔다. 설계 전문회사인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대부분 주문을 TSMC를 통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 '기린' 시리즈를 생산해온 바 있다.

TSMC의 거래 중단 선언에 따라 화웨이는 당장 통신장비,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반도체 부품 조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차이신은 "화웨이가 하반기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메이트40' 시리즈 출시 예정이지만 생산과 출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일단 AP를 생산하는 대만 미디어텍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디어텍은 화웨이 플래그십(전략) 모델에 탑재됐던 기존 TSMC에서 조달받던 '맞춤형 반도체' 기술 수준은 구현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운드리 쪽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게 칩 생산을 맡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초미세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 부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기술력이 아직 못 미쳐서다.

일례로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P40의 AP는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TSMC가 생산한 '기린 980'가 들어갔다. 이 칩은 7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됐다. SMIC의 현 주력 제품은 40~60나노급 칩이며, 최대 14나노칩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최근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연내 14나노 공정에서 10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7나노 공정으로 직행할 계획이다. 그렇다해도 이미 5나노 양산 체제를 구축해 제품을 공급하는 TSMC와는 기술 격차가 크다.

차이신은 "화웨이의 차세대 플래그십 메이트40에는 5나노 공정 기린 AP가 들어갈 계획이었다"면서도 "TSMC와 관계 단절로 탑재가 가능할지 확실치 않게 됐다"고 짚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