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참가자들을 가상의 객석에 배치해 영상회의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팀즈 투게더 모드’를 지난 9일 공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는 참가자들을 가상의 객석에 배치해 영상회의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팀즈 투게더 모드’를 지난 9일 공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비대면 시대의 필수품인 영상회의 솔루션이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정형화된 네모칸 안에서 만나는 방식이 대면 접촉에 비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자신의 화면을 다채롭게 꾸미고, 다른 사람과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로 실제 회의실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미래 화상회의는 ‘코미디 쇼’의 모습”

에버노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필 리빈이 2017년 설립한 미국 스타트업 올터틀스는 가상 카메라 앱 ‘음흠(Mmhmm)’을 공개했다. 카메라에 비친 사용자의 공간을 일종의 가상 무대로 바꿔주는 앱이다. 음흠을 통해선 사용자가 화면을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다. 화면에서의 슬라이드쇼 위치를 손쉽게 조정하고 넘길 수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모습을 키우고 줄이거나 투명하게 바꿀 수도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이 앱을 소개하며 “미래의 영상회의 모습은 ‘줌’보다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미국 NBC 코미디쇼)와 더 닮은 모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터틀스는 이달 초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450만달러(약 5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협업 솔루션인 ‘팀즈’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영상회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지난 9일 신규 기능인 ‘팀즈 투게더 모드’를 공개했다. 참가자들을 화면에 바둑판처럼 나열하는 대신 강당의 객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배치하는 기능이다. 회사 측은 끄덕거림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을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다른 사람을 가릴 정도로 손을 들 수도 있고, 가상으로 악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MS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업무를 한 사람들의 뇌파 변화를 비교하는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그 결과 영상을 통해 업무를 한 사람들이 더 많은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MS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느낌을 주는 새로운 기능을 통해 뇌의 에너지 소모량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차원으로 참가자들과 소통

2차원(2D)의 벽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이진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미국에서 창업한 스페이셜은 가상현실(VR)·AR을 이용해 가상 회의실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만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문서, 비디오 등 다양한 자료를 3차원(3D) 가상 공간에 띄우고 손짓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내놓을 예정인 AR글라스에 스페이셜의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지난해 160억달러(약 19조2160억원) 수준이던 세계 영상회의 시장이 2026년에는 500억달러(약 60조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업체는 “인공지능(AI), VR 등의 기술 접목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국내 통신업체들도 커지는 시장을 잡기 위해 특장점을 갖춘 영상회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쿼드고화질(QHD)까지 지원하는 영상회의 솔루션을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최대 5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1 대 다(多)’ 형태의 영상회의 솔루션 ‘미디어박스 라이브’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사내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