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엔씨 100兆 '쾅'…코로나가 시총지도 바꿨다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거침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언택트)' 산업의 파괴력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국내 대표 IT기업들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국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기술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나스닥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나스닥에는 테슬라·애플·구글(알파벳)·아마존·페이스북 등이 상장돼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네이버는 장중 29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 주당 30만원을 넘어서며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네이버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약 48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날보다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49조300억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이날 주가가 소폭 내리면서 48조300억원으로 줄었다. 이제 네이버 앞엔 시총 60조원의 SK하이닉스(2위)가 있다.

카카오도 최근 '진격'하고 있다. 지난 3월19일 장중 12만7500원을 기록했던 카카오 주가는 이후 무섭게 오르더니 이날 장중 한때 36만8000원을 찍었다. 이 시각 현재 35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만 188%를 넘는다. 시총도 30조원을 돌파해 삼성SDI(26조6000억원), 현대차(20조9000억원), LG생활건강(20조3000억원)을 넘고 7위로 뛰어올랐다.

포털 양대산맥을 쫓는 건 엔씨소프트다. 연초 주당 54만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94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총도 20조7000억원까지 올랐다. '리니지'의 엔씨소프트가 '그랜저'의 현대차 시총을 뛰어넘기까지 불과 2000억원 남은 셈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가치도 이 기간 약 1조4000억원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불었다. 반년 사이에 1조2000억원이 늘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이들 세 기업의 이날 장중 시가총액 합계만 100조를 넘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천천히 달라지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가속화시키면서 사람들이 이를 급속도로 체감하게 됐다"며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디지털 비대면, 핀테크, 원격, 재택, 물류, 컨텐츠 등 미래 성장산업이 더 빨리 성장할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주가에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했다.

ICT 회사들이 '바이러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임을 실적에서도 증명해내고 있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드는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5082억원 매출에 35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70%다. 크래프톤 주식은 이날도 장외시장에서 3.5% 오른 88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지난 1분기에 이어 올 2분기에도 '나홀로 실적 대잔치'가 예상된다.

증권 업계에선 이들 기업의 목표주가를 줄상향하며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 21곳의 카카오 평균 목표주가는 30만1700원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무려 35만원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평균 30만4900원이다. KTB투자증권은 네이버가 37만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엔씨소프트는 97만2600원이다.

코로나19 이후 전통 제조업의 위기가 닥친 사이 IT기업에 돈이 몰리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0일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지수를 사상 처음으로 1만선까지 밀어올린 것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다.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6월 말까지 주가가 평균 45% 올랐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으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등 소비자 행태에 변화가 생기자 이들 기업에서 '미래'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 결과다. 미 CNBC는 "앞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쏠림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에서 이들 IT기업들의 주가 고공행진을 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때문에 경기 혹은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과 무관한 주가 랠리라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자산시장의 조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IMF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지표는 경기하강을 가리키지만, 금융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며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트리거'가 생길 경우 급격한 자산가치 조정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