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쟁 포화상태
유통 권력구도 '역전'

CJ ENM '유튜브 유료 멤버십'
인기작품 스트리밍·다시보기 가능
TV 안 거치고 콘텐츠 직접 유통
CJ ENM이 최근 유튜브에 유료 멤버십 채널을 개설했다.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업체와 콘텐츠 사용료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서비스 외연을 확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CJ ENM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등장으로 유료방송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반면 콘텐츠 사업자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케이블서 방뺀다"는 CJ, 유튜브 유료채널 가동

방송채널 속속 유튜브 유료 상품 내놔
9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 유튜브에 유료 멤버십 상품인 ‘tvN 입문’ ‘tvN 레전드’를 개설했다. 월 1990원인 입문 상품은 CJ ENM의 인기 채널 tvN이 자체 편성한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한다. 방송한 지 6개월이 지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월 4990원인 레전드 상품은 다시 보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방송 채널들은 최근 잇따라 유튜브에 유료 멤버십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S, JTBC, IHQ에 이어 CJ ENM이 합류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월정액 형식으로 유료 상품을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CJ ENM이 딜라이브와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을 거론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유튜브에 유료상품을 내놓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tvN, Mnet 등 인기 채널을 다수 보유한 CJ ENM은 최근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15~30%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와는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딜라이브와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20%라는 과도한 인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케이블TV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딜라이브는 경영난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CJ ENM은 딜라이브가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17일부터 tvN, OCN 등 13개 채널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업계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의 사용료를 꾸준히 인상하면서도 CJ ENM의 사용료는 수년째 동결했다”며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70% 이상이 인상된 사용료로 공급 계약에 합의하거나 협의 중인 반면 딜라이브는 협상 자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주도권 쥔 콘텐츠 사업자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에서는 콘텐츠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소비가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이뤄진 과거에는 유료방송 플랫폼이 채널 편성권을 무기로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등이 주요 콘텐츠 소비 통로로 떠올랐다. ‘킬러 콘텐츠’ 확보가 동영상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하면서 콘텐츠 사업자의 몸값이 빠르게 올라갔다.

CJ ENM, JTBC 등 콘텐츠 사업자로서도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OTT, 유튜브 등과 손잡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CJ ENM과 딜라이브를 불러 이용자 보호 방안 등 중재를 시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양측이 만나 그간 쌓인 일부 오해를 풀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방송 생태계 내에서 이 같은 갈등이 길어지면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강조하고 원만한 마무리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양사에서 조정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나설 수 있도록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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