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3공장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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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작년 전체 수주액의 4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공장을 정상 가동해 글로벌 제약사의 신뢰를 얻은 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 원가를 현저히 낮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제약사와 3809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CMO 계약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 7015억원의 5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3공장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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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일곱 번째 수주 계약을 했다. 총 수주 금액은 1조7647억원이다. 작년 전체 수주액 3739억원보다 371% 늘었다. 주요 고객은 미국과 유럽에 있는 글로벌 상위 제약회사다. 지난 4월엔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계약을 맺는 등 미국 제약사로부터 전체 금액의 62.1%를 따냈다. 스위스 기업은 16.4%, 영국 GSK 등 다른 유럽 국가 업체 비중은 21.5%였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급성장 요인으로 발빠른 코로나19 대응을 꼽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2만8022㎡ 규모의 인천 송도 공장 전체를 온라인으로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업계 처음으로 구축해 영업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내부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19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신뢰가 쌓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수주 계약 일곱 건 모두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은 뒤인 4월 이후 체결됐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전략도 주효했다. 20일 정도 소요되는 배양액 추출 전체 과정에서 생산이 가능한 배양액 규모는 36만L다. 세계 2·3위인 베링거인겔하임(30만L), 론자(28만L)와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CMO 사업은 대량생산 업체에 유리하다”며 “새 공장을 짓는 데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