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빅브라더: 디지털 독재에 경고음을 울리다(상)]

코로나19로 학교부터 관공서까지 '안면인식' 필수
국가 운영 CCTV '톈왕'으로 범죄자 잡아내

중국 공안, 걸음걸이까지 식별하는 시스템 도입
국민 감시하는 '사회신용시스템'에 대한 반발도
"14억 인구, CCTV 6억대로 감시"…中, 걸음걸이까지 데이터화

지난 3월 중국 윈난성(雲南省) 리장시(丽江市). 등교하던 한 중학생이 교문 앞에 멈춰 섰다. 교문 앞에는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낯선 기계가 보였다. 그 기계 앞에 2초 남짓 서 있던 학생은 다시 발걸음을 학교 안으로 옮겼다. 25일 학교 측에 따르면 전교생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확산 이후 등교 시 교문 앞에서 안면인식을 거쳐야 한다. 적외선 체온 측정기가 등교한 학생의 체온 이상 여부를 측정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체온이 기준치보다 고온일 때 알람이 울리고 등교는 금지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중국 전역에서 이 같은 안면인식 등교 시스템을 적용하는 학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는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학생의 이름, 체온, 마스크 착용 여부, 등하교 시간 등을 데이터화해 서버에 전송한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학교 인근 주민들은 "안면인식 시스템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라고 했다.

◆호텔부터 공중화장실까지 신원확인

중국에서 안면인식은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학교를 비롯해 음식점, 마트, 주유소, 지하철, 호텔, 공중화장실, 은행,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신원확인에 광범위하게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에서 한 시민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안면 인식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바이쟈하오 캡처

지난 23일 중국에서 한 시민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안면 인식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바이쟈하오 캡처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 베이징 다싱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안면인식 시스템이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사태 이후 주민들은 출입증이 있어야 단지 내 입장이 가능한데, 이를 안면인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집 인근 마트를 다녀온 뒤 귀가하던 주민 류모씨는 "안면인식 시스템이 있어 더 이상 출입증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며 "마스크를 써도 식별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했다.

중국에선 시민이 신분증 없이 안면인식 만으로 관공서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22일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더시(常德市) 민원센터를 방문한 조모 씨는 "차 안에 신분증을 두고 나와 다시 돌아가려고 했으나 관공서 직원이 '이제 신분증을 소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라며 이후 창구 직원이 그를 안면인식 기계 앞으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도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알리페이'와 '위쳇페이', 대표 카드사 '은련'은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쳇페이의 보편화로 중국에선 이미 QR(큐알)코드를 스캔해 돈을 지불하는 '현금 없는 사회'가 됐는데, 이젠 아예 스마트폰조차 꺼낼 필요 없는 안면인식 결제가 도입되고 있는 셈이다.
"14억 인구, CCTV 6억대로 감시"…中, 걸음걸이까지 데이터화

중국 시장조사 업체 치엔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안면인식 산업 규모는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오는 2024년에는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CTV, 스님으로 둔갑한 범죄자 잡아"

안면인식은 중국 정부가 범죄자를 체포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00년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한 장례식장에서 사망자의 신체 일부가 냉동된 채로 5년간 보관돼 있었는데, 워낙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2016년 중국 공안(경찰)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살펴보던 중 동부에 있는 안후이성(安徽省) 한 사찰의 주지스님의 얼굴이 강력한 용의자로 꼽히던 장모 씨의 얼굴과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안이 추가 수사를 통해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결과 600년이 넘은 사찰의 유명 주지스님 석모 씨가 16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확인했다. 범인은 경찰 연행 직후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14억 인구, CCTV 6억대로 감시"…中, 걸음걸이까지 데이터화

이름과 성을 바꾸고 10년 넘게 숨어살던 범인이 경찰에 붙잡힐 수 있었던 이유는 '톈왕(天網·하늘의 그물)' 때문이다. 톈왕은 2015년 중국 공안부(경찰청)이 주요 도시에 국민 안전 및 범죄자 추적 명목으로 CCTV를 설치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돼 있으며 정교한 안면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안에 약 4억대를 추가 설치해 총 6억대 이상의 CCTV를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일간지 공인일보(工人日報)에 따르면 톈왕은 중국 전체 인구를 1초 만에 스캔할 수 있고 움직이는 사람도 식별해낼 수 있다. 얼굴표정과 움직임, 빛의 명암 차이 등을 반영해 최대 99.8%의 정확도를 보인다. 수만명이 모인 대형 콘서트장에서 수배 중인 범죄자를 찾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부터 AI 신생기업인 와트릭스가 개발한 걸음인식 시스템을 현장에 배치하고 이를 실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톈왕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휴대폰 개통시 얼굴 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 했다. 기존 휴대폰 개통시에는 신분증과 사진 스캔으로 신원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제출된 신분증이 실제 개통인과 같은 사람인지 안면 인식을 통해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대폰 심(SIM) 카드의 재판매를 막는 동시에 신분 도용을 통한 휴대폰 개통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며 각종 범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혈액형·유전자 정보까지…'빅브라더' 현실화

CCTV에 이어 얼굴 정보 수집 의무화로 인해 점차 중국 안팎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빅브라더(Big Brother)'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인물로 텔레스크린(Telescreen)으로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전자 정보(DNA)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으며, 전국 아동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신생아 혈액형 및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정보 관리 플랫폼 개발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등 생체 데이터 수집 활동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전자 정보(DNA)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으며, 전국 아동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신생아 혈액형 및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정보 관리 플랫폼 개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사진=옌자오도시보 캡처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전자 정보(DNA)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으며, 전국 아동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신생아 혈액형 및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정보 관리 플랫폼 개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사진=옌자오도시보 캡처

올해부터는 '사회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도 전면 시행하고 있다. 개인과 법인에 통합사회신용번호를 부여해 신용도에 따라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개인의 신용카드 할부 내역, 전기 요금 납부 현황, 취업 정보 등에서 기록이 좋은 개인이나 기업은 무료 건강검진, 은행 대출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누리고 불량할 경우 경제생활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각종 개인 정보를 수집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더 나아가 이를 주민 통제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전을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지나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인권 및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나온다.

자오잔링 중국 정법대 지적재산권연구센터 연구원은 "개인정보는 합법적으로 원칙에 따라 이용돼야 한다"면서 "특히 얼굴 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는 수집·보관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퀀 북경사범대학 인터넷발전연구원 주임도 "현재 어떤 기관이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에 반대하는 첫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저장이공대학의 궈빙 교수는 동물원 연간 회원권을 산 뒤 업체 측이 입장 방식을 지문 인식에서 안면 인식으로 바꾸자 동물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 제29조 법규를 들어 "얼굴 정보는 민감한 개인 정보"라면서 "경영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경우 합법성, 정당성 등 원칙을 준수하고 소비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중국에서 '안면인식 1호 사건'이라고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 내에서 보편화된 안면인식과 이에 따른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 개인정보 유출, 안면인식 기술 남용 등 일련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의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중국 최고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데이터보안법 등의 제정을 논의 중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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