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전자, LG유플러스가 지난 3일 ‘대한민국 인공지능(AI) 1등 국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왼쪽부터), 전홍범 KT AI/DX 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부사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T 제공
KT와 LG전자, LG유플러스가 지난 3일 ‘대한민국 인공지능(AI) 1등 국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왼쪽부터), 전홍범 KT AI/DX 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부사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T 제공
통신업체들이 다른 업종 기업과 손잡는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의 생태계를 넓히기 위한 디지털 동맹을 맺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카카오와 지분 맞교환을 하며 혈맹을 맺은 데 이어 올해는 KT가 현대중공업, LG전자, LG유플러스와 한배를 탔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대전환)이 확산되며 국가,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진 무한경쟁 시대에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협력이 필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KT-LG, ‘AI 원팀’으로 단결

KT는 지난 16일 현대중공업그룹과 투자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인 로봇종합기업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하는 내용이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두 회사는 구현모 KT 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대표로 하는 6인 협력위원회를 구성해 협력을 강화하고 지능형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기술, 스마트팩토리 등의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기로 했다. 현대로보틱스가 하드웨어 개발 및 제작을 맡고, KT는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구 사장은 “KT의 5G, AI 역량을 바탕으로 제조산업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확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T와 현대중공업은 이미 시범용 서비스 로봇 ‘유니(UNI)’를 개발해 지난 1월부터 서울 동대문 노보텔호텔에서 활용하고 있다. 오는 9월까지는 유니를 기반으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나르는 식음료(F&B) 서빙 로봇, 청소와 보안 기능을 담은 청소·패트롤 로봇도 내놓기로 했다. AI 음성인식 기능과 지능형 영상분석 기술도 적용한다.

KT는 지난 3일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에 LG전자, LG유플러스가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AI 원팀은 ‘AI 1등 대한민국’을 목표로 올 2월 출범했다. KT를 비롯해 현대중공업그룹, 한양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5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다. 이번에 LG전자, LG유플러스가 합류하면서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사회적 이슈 해결과 AI 역량 강화, 사업 성과 창출, 산학연 연계 AI 인재 양성 플랫폼 구축 등에 협력한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잡는다. KT의 통신 데이터와 감염병 확산 방지 노하우에 LG유플러스의 통신·로밍 데이터, LG전자의 제품과 AI 기술력을 결합한다.

AI 원팀은 각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기존에 AI 원팀 멤버였던 KT와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스마트선박, 제조, 로봇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여기에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하면서 스마트가전, 스마트기기 등 더욱 다양한 산업 영역에 AI를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사의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접목하는 시도에도 나설 계획이다. 우선 KT의 AI 플랫폼 ‘기가지니’와 LG전자의 ‘LG 씽큐’를 상호 연동한다. 또 KT와 LG유플러스의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및 LG전자의 가전을 연동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

AI 원팀은 실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 육성에도 공동 노력한다. 각 산업 특성에 맞는 ‘산업 실무형 AI 교육’과 ‘AI 전문인력 육성’에 함께 참여한다.

○SK텔레콤·카카오는 지분 맞교환

"AI 무한경쟁, 뭉쳐야 산다"…통신업계 '디지털 동맹' 가속도
작년 10월에는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 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맞교환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는 형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그동안 여러 사업에서 경쟁 관계였다. AI, 음원, 모빌리티,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 겹치는 사업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를 펼쳐왔던 두 기업이 협력을 모색하는 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양사는 통신,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ICT 등 네 가지 핵심 분야에서 협력한다. SK텔레콤의 통신, 카카오의 플랫폼과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낸다는 계산이다. SK텔레콤의 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 기회도 함께 모색한다.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양사는 올 5월부터 카카오톡에 개설한 온라인 스토어에서 1만 대 한정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고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등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초(超)협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주요 AI 기업에 초협력을 제안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컴캐스트, 그랩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