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빔라인 10개는 부족, 최대 60개 늘려도 할당 문제는 과제
박사급 연구인력 국외 유출 막아 포항가속기 전철 밟지 말아야

충북 청주가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로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방사광가속기 청주시대] ③ 빔라인 증설·전문가 확보 관건(끝)
목표로 내세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 가속기 클러스터 구축 과정에서 연구인력과 산업계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이번 가속기 사업이 고용 13만7천명, 생산 6조7천억원, 부가가치 2조4천억원의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화하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동시다발로 사용할 수 있는 실험 공간, 즉 '빔 라인'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 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초기 빔 라인 수는 10개로 계획돼 있다.

가속기 구축이 완료되면 후속 사업을 통해 빔 라인을 40개에서 최대 60개까지 늘려간다는 복안인 데, 10개 정도로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예산이 제때 확보되지 않으면 빔 라인 추가 증설도 장담할 수 없다.

[방사광가속기 청주시대] ③ 빔라인 증설·전문가 확보 관건(끝)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산업계에 전용 빔 라인을 일정량 할당하는 문제도 관건이다.

충북연구원이 지난 3월 가속기 관련 수요조사를 한 결과 185개 기업이 빔 라인 활용을 희망했을 정도로 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33개 기업과 11개 연구기관은 가속기 전용 빔 라인 구축 및 활용 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가속기 활용 비중을 산업계에 30% 이상 할당하기로 했는데, 수요에 따른 효율적인 배분이 뒤따라야 한다.

이주한 한구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은 "산업계의 가속기 활용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빔 라인 자체를 기업이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장기적으로 시설을 분양하거나 산업체 자체가 투자해서 구축하는 형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 연구 인력 확보 역시 가속기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방사광가속기 청주시대] ③ 빔라인 증설·전문가 확보 관건(끝)
지난 30여년 동안 운영 노하우를 쌓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고인수 소장은 "가속기의 성공 구축을 위한 열쇠는 연구인력 확보에 있다"며 "포항 가속기의 경우 높은 연구수준을 가진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주한 연구단장은 "포항 가속기 이용자들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 분석 결과를 논의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청주 가속기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박사급 우수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데, 이들을 국내에 어떻게 묶어두느냐는 질문에 청주 가속기가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청주 가속기가 운영을 시작하는 2028년 150여명을 시작으로 2048년까지 300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방사광가속기 청주시대] ③ 빔라인 증설·전문가 확보 관건(끝)
이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충북대 등 57개 대학,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108개 연구기관과 손잡고 가속기의 구성 장치나 구축·활용 분야별로 구분된 석·박사과정 학생 중심의 전담인력 양성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속기 융합대학원 및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연구 장비 전문인력 양성센터 설립, 인력양성 실감 콘텐츠 개발, 가속기 활용 국제 프로그램 운영 등이 추진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포항 가속기의 노하우와 지식은 적극 공유하고, 문제점은 반면교사 삼아 수정·보완해 청주 가속기의 성공적인 구축 및 운영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