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A퀀텀’ 핵심 부품인 양자난수생성 칩셋.
‘갤럭시A퀀텀’ 핵심 부품인 양자난수생성 칩셋.
SK텔레콤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양자보안 기능을 내장한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을 내놨다. 이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은 양자난수생성(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칩셋이다. 이 칩셋이 일회용 비밀번호(OTP)로 쓰는 초당 2000개 난수를 만들어 이중 보안을 제공한다.

양자보안 원천 기술은 SK텔레콤이 2018년 인수한 세계 1위 양자보안 전문회사 IDQ가 제공했지만 설계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강소기업인 비트리가 맡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협력이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양자보안폰 뒤엔 국내 '소·부·장 中企' 있었다
김희걸 비트리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11일 경기 성남 비트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바일에 들어갈 수 있는 칩셋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사이즈를 8.5×8.5㎜에서 2.5×2.5㎜까지 줄였다”며 “칩셋을 통해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만 100만 번을 거쳤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비트리의 협력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텔레콤 양자연구소가 IDQ와 손잡고 QRNG 칩셋을 상용화하기 위해 비트리를 찾았던 것. 이렇게 해서 처음 나온 제품이 2018년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용인 5×5㎜ 크기 QRNG 칩셋이었다. 제품을 내놓자마자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더 작은 크기의 모바일용 칩셋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김 CTO는 “QRNG 칩셋에는 LED(발광다이오드) 광원과 이미지센서, 전력 어댑터 등 수많은 정밀부품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를 줄일 때마다 모든 부품의 설계를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IDQ는 갤럭시A퀀텀 출시를 계기로 비트리와의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외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과 IoT 기기, 자동차 등에 비트리의 칩셋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현재 T아이디와 SK페이 등 일부 서비스에만 적용된 양자보안 기능을 다른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식으로 개발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