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함께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 칩셋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을 지난달 22일 출시했다. 사진=뉴스1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함께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 칩셋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을 지난달 22일 출시했다. 사진=뉴스1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세계 최초 양자보안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이 국내 5G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스마트폰의 차별점은 '양자보안'에 있다. 휴대폰에서 양자보안을 구현하려면 작은 크기의 칩셋이 필요하다. 이 칩셋이 예측 불가능한 순수 난수를 생성하면, 갤럭시A 퀀텀 내 SK페이 등 서비스에서 기존 비밀번호와 함께 이중 보안을 제공한다.

그전에도 양자 난수를 생성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이를 모바일에 탑재할 칩셋으로 구현한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4년간 국내 대기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었다.

김희걸 비트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1일 경기 성남 비트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바일에 들어갈 만한 칩셋을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사이즈를 8.5x8.5mm에서 2.5x2.5mm로 줄였다"며 "칩셋을 통해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만 100만번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016년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에게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셋 상용화를 제안했다. 당시 칩셋을 상용화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양자보안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파트너사를 찾기 쉽지 않았다.

비트리는 고민 끝에 SK텔레콤, IDQ와 손잡고 미래 양자 기술을 개발하는데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과 IDQ가 2018년 한 회사가 된 이후에는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2018년 SK텔레콤과 비트리는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가로 세로 5.0 x 5.0mm) 개발에 이어 2020년 모바일용 QRNG 칩셋(2.5 x 2.5mm)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QRNG 칩셋은 2016년 USB 형태의 시제품에서 현재의 초소형 칩셋으로 진화했는데, 초소형 칩셋 개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이 들어갔다. QRNG 칩셋에는 LED(발광다이오드) 광원, 상보형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전력 어답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를 줄일 때마다 필연적으로 모든 부품의 설계를 모두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 만에 기존 칩셋 사이즈를 대폭 줄인 2.5 x 2.5 x 0.8mm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지난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SK텔레콤과 IDQ는 갤럭시A 퀀텀 출시 성과를 바탕으로 비트리와의 협력을 삼성전자 외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 IoT(사물인터넷) 기기, 자동차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함으로써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SK 오픈 API(어플리케이션 개발도구)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한다.

엄상윤 IDQ 한국지사장은 "갤럭시A퀀텀은 양자 기술이 우리 생활에 적용된 첫 케이스이고, 곧 자동차, 은행 거래, 블록체인에도 양자 기술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