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이 인공지능(AI)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제철소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ICT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이 인공지능(AI)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제철소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ICT 제공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온라인 판매 경쟁이 뜨겁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온라인 판매 비중을 25%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는 아예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다. 현대·기아자동차도 하반기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상품 개발부터 판매 전반을 인터넷 기반의 클라우드로 바꾸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업무에 접목하는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코로나19 이후 제조, 유통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택트는 필수

AI가 쇳물 상태 관리하고…편의점은 생방송으로 신선식품 판매
언택트는 코로나19 이후 경제계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업종은 유통이다. 마케팅부터 결제까지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달 25일 국내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도시락 등 신선식품을 실시간 방송으로 판매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지난 4월 네이버 앱과 카카오톡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였다. 어떤 판매업자든 실시간 방송 형태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이다.

NHN의 간편결제 전문 자회사 NHN페이코는 지난달 페이코 앱에 편의점 택배 예약 서비스를 추가했다. 소비자가 앱에서 정보를 입력해 택배를 예약하고 운송비까지 결제하는 서비스다. 가까운 편의점을 방문해 점원과 접촉 없이 비대면으로 택배를 보낼 수 있다.

제조업 현장에도 디지털 전환 바람

제조업 현장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토탈은 이달 초 대산공장의 정기 보수 업무에 ‘스마트 글라스 원격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 글라스는 안경이 부착된 카메라 렌즈와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대방과 실시간 영상·음성을 공유하는 사물인터넷(IoT) 장비다. 기존에는 정기 보수를 맡은 해외업체 직원들이 방한해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입국이 쉽지 않자 해외 담당자들이 원격으로 현장 점검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포스코는 IT 서비스 자회사인 포스코ICT와 함께 AI, 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제철소에 도입했다. 2시간마다 쇳물 온도와 원료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은 이제 직원 대신 AI가 맡고 있다.
한화토탈 직원이 스마트 안경을 쓴 채 해외 업체 직원과 소통하며 기계를 보수하고 있다.  한화토탈 제공
한화토탈 직원이 스마트 안경을 쓴 채 해외 업체 직원과 소통하며 기계를 보수하고 있다. 한화토탈 제공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에서도 비대면 기술을 이용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일명 ‘디지털 미술관’이 각광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 자연을 주제로 한 기획전 ‘수평의 축’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소셜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학예사가 작품을 소개하고 시청 중인 관객과 소통했다. 온라인 관객 수는 3000여 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된 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상현실(VR) 투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다. 3월 12일부터 5월 22일까지(71일)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이 총 151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전체 관람객 수(1400만 명)보다 많았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에도 언택트 방식을 접목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그룹 공채를 온라인으로 처음 진행했다. 시험 감독관들이 실시간 원격 방식으로 지원자를 감독했다. 삼성SDS의 원격 업무 협업 서비스인 ‘넥스오피스’가 동원됐다.

디지털 전환에 달린 기업 생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업무 혁신은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가 등장한 2010년대 중반 이후 강조되기 시작했지만 IT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이 같은 흐름을 바꾸는 계기였다. 언택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업무처리 시스템을 원격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상품 개발, 판매까지 통째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그동안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액셀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조언한다. 송기홍 한국IBM 대표는 “앞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과 활용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성공을 이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로막고 있었다”며 “지금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최한종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