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렵고 사례도 많은 열성 변이 편집한 첫 사례
미 하버드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논문
열성 변이 가진 '베토벤 생쥐', 크리스퍼 가위로 교정 성공
미국엔 의외로 청력 상실 환자가 많다.

만 12세 이상 미국인 8명 중 1명꼴로 청력에 장애가 생긴다고 한다.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거나 보청기를 쓰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

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의 데이비드 류 자연과학 교수팀은 2년 전 생쥐의 우성 유전자 변이를 유전자 편집 기술로 복구하면 청력 상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같은 연구팀이 이번엔 청력 상실 유전자의 열성 변이를 복구하는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

질병을 유발하는 열성 유전자 변이를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고친 첫 사례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TMC 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청력이 약해지다가 결국 완전히 잃게 된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청력을 잃은 실험용 생쥐를 연구자들은 '베토벤 생쥐'라고 부른다.

귀가 머는 과정이 베토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류 교수팀은 4일 권위 있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류 교수는 "대부분의 유전병은 유전자의 우성 변이가 아닌 열성 변이로 생기고, 대다수 청력 상실도 열성 변이로 유발된다"라고 말했다.

열성 변이 가진 '베토벤 생쥐', 크리스퍼 가위로 교정 성공
어떤 의미에서 우성 변이는 열성 변이보다 고치기 쉽다.

한 쌍의 동일한 유전자 카피에서 나쁜 것을 제거하면 좋은 것이 구원 등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성 변이를 교정하는 건 훨씬 더 까다롭다.

류 교수는 "열성 유전 형질은 나쁜 카피만 두 개가 있다는 뜻이므로 그냥 나쁜 카피를 제거할 수 없고, 하나 또는 둘 다 고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동물의 청력은 내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hair cell)에 의존한다.

아주 섬세한 유모세포는 음파의 압력을 전기 자극으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TMC 1 유전자에 열성 변이가 생긴 생쥐는 생후 4주쯤 됐을 때 유모세포가 빠르게 퇴화해 극심한 난청이 온다.

이번 연구에 저자로 참여한 하버드 의대의 제프리 홀트 이비인후과 교수는 유전자 요법을 사용해 생쥐의 TMC 1 관련 난청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하지만 유전자 요법은 지속적인 효과를 담보하지 못했다.

회복한 청력을 평생 유지하려면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필요했다.

류 교수팀은 유전자 편집 가위가 너무 커서 AAV(아데노 연관 바이러스)와 맞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집 가위를 두 개로 나누고 교정 DNA 코드(A·T·G·C 염기)를 각각의 AAV로 운반하는 방법을 썼다.

두 개의 바이러스 개체가 일단 동일한 세포 내로 들어간 뒤 함께 감염을 일으키고, 두 개로 나뉜 편집 가위도 하나로 합쳐져 원래의 표적을 찾아가게 디자인한 것이다.

류 교수는 "편집 표적이 어긋난 증거는 거의 없다"라면서 "변이 유전자를 교정한 생쥐는 유모세포의 형태와 신호 전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잘 보존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를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려면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할한 AAV로 DNA 코드를 운반하는 방법은 선천성 조로증, 겸상 적혈구성 빈혈, 퇴행성 운동 신경질환 등 다른 불치 유전병 치료에 이미 시험 적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