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진출 1년 만에 성과 낸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

美 증시 뚫은 한국 스타트업

10명이 1년 걸리는 펀드전략
AI 혼자서 한 달이면 끝내
"AI가 운용한 ETF, 美 증시서 12% 초과수익"

‘기초지수(S&P500) 대비 초과 수익률 12%P.’

인공지능(AI) 기반 금융 스타트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작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킨 AI 상장지수펀드(ETF) ‘QRFT(티커명)’의 지난 1년여간 실적이다. 이 상품은 기초지수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 상품이다. 다른 액티브 ETF 상품과 달리 AI가 운용 전략을 짠다. 25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시에 상장한 S&P500 기반 액티브 ETF 상품은 총 8개. 이 중 QRFT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지난 21일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QRFT의 뉴욕증시 상장 1주년을 맞았다. 처음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때 한국의 스타트업이 가능하겠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수익률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지난 1년은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는 시기였다”며 “앞으로 꾸준한 실적을 통해 AI ETF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뉴욕증시 뚫은 AI ETF 3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ETF를 운용하는 금융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본사에는 펀드 운용 전략을 짜는 운용역이 없다. AI가 전략을 짜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 ETF를 상장시켰는데 미국에는 아예 사무실조차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직원 33명 중 25명은 AI 시스템을 개발·관리하는 엔지니어”라며 “금융과 AI 기술을 모두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의 AI 시스템은 환율, 주가, 뉴스 등을 분석해 전략을 짠다. 김 대표는 “한 펀드의 운용전략을 짜는 데 10명이 모여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AI가 전략을 구축하는 데는 한 달이면 된다”고 말했다.

첫 사업모델은 AI ETF가 아니었다.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를 시작으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뚫었다. 5대 시중은행에는 이 기업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이 들어가 있다. 자산운용사에 AI 펀드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AI 펀드의 가능성을 엿본 김 대표는 액티브 ETF 상품까지 진출했다. 201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회사 호라이즌ETFs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ETF를 상장시켰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지금까지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AI ETF는 총 세 종목이다. QRFT뿐만 아니라 AMOM(S&P500 모멘텀), HDIV(S&P500 배당) 모두 비슷한 구조의 경쟁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AI+금융’에서 찾은 기회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AI ETF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올 하반기 연구개발(R&D), 특허, 새로운 조직 관련 비용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반영한 AI ETF를 선보인다. AI ETF 솔루션을 보험, 운용사 등 AI 금융 상품을 필요로 하는 금융회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AI 기반 주문집행 시스템 ‘AXE’를 국내 시장에 뿌리내리는 것도 목표다. AXE는 국민연금 등 기관을 대신해 AI가 적절한 가격을 판단해 자동으로 대량 주문하는 트레이딩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과정을 자동화했지만 국내에선 거의 도입한 사례가 없다. 작년에 이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AI와 인간 트레이더 간 공개대결을 열기도 했다. 결과는 AI의 압승이었다.

김 대표는 학사는 전기공학, 석사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병역특례로 들어간 회사에서 뉴스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투자업계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투자사를 차려 큰돈을 벌기도 했다. 이후 2016년 공학(AI)과 금융(주식)을 결합한 서비스에 도전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하나의 금융상품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10년 이상의 꾸준한 성과를 내야 한다”며 “길게 보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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