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음원사재기 차단"…차트 손보는 멜론·플로
국내 음원 유통업체들이 일명 ‘음원 사재기’ 막기에 나섰다. 그동안 인기 순위 조작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여기에 활용된 실시간 음원 차트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대신 음원 유통업체들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대안으로 내놨다.

음원 차트 폐지까지

카카오가 운영하는 국내 1위 음원 유통 서비스인 멜론은 올 여름에 음원 차트를 폐지한다. 대신 첫 화면에서 전날 집계한 인기 음원을 무작위 방식(셔플 재생)으로 서비스한다. 지금은 실시간 차트 재생을 실행하면 1위곡부터 100위곡까지 순서대로 들려준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차트 중하위권인 음원도 이용자를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기 음원 집계 방식도 바꾼다. ‘1아이디 1일 1곡’으로 집계 방식을 개편한다. 지금은 1시간마다 재생량을 집계해 실시간 차트라고 불렸다.

"AI로 음원사재기 차단"…차트 손보는 멜론·플로
이번 서비스 개편은 지나친 음원 순위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기존 1시간 단위 차트는 음원 사재기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번 높은 순위에 오른 음원은 순위 순서대로 재생하는 실시간 차트 방식 때문에 인기를 유지하기 쉽다. 앞으로는 한 가수의 신곡이 나왔을 때 팬들이 몰려 순위에 영향을 주는 사례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음원 유통업체 플로는 AI 기술을 적용해 공신력을 높인 ‘플로 차트’ 서비스를 지난 3월에 시작했다. 새로운 순위표는 분석 기간을 24시간으로 넓힌 게 특징이다. 기존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로 음원 재생횟수를 집계했다. 짧은 시간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다 보니 차트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았다. 24시간으로 분석 기간을 늘리면 사재기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잡아내기 쉽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재기 정황이 뚜렷한 음원 청취 정보는 순위 결정에서 빠진다. 다만 차트에서만 빠질 뿐 정산은 이뤄진다. 팬들의 ‘스밍총공(자발적인 스트리밍 반복 재생)’은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거르지 않는다.

음원 정산 방식도 개편

네이버가 운영하는 바이브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개편하기로 했다. 새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상반기 도입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모든 음원 유통업체가 ‘비례 배분제’를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낸 전체 음원 이용 요금에서 재생 횟수 비중에 따라 수익을 가수, 작곡자, 음원 제작자 등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와 B만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에서 각각 한 달에 1만원씩 음원 사용료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동안 A는 가수 C의 노래를 10번 듣고, B는 가수 D의 노래를 90번 들었다. 가수 D에게 가는 저작권료는 전체 2만원의 90%인 1만8000원이다. 반면 가수 C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는 2000원(10%)에 그친다. 네이버의 정산 방식이라면 가수 C와 D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1만원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순위권에 있는 가수에게 더 많은 수입이 돌아가는 구조가 깨지면 사재기 유인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음원 서비스업체들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인기 음원 순위표가 이전만큼 이용자 확보에 기여하기 어려워지면서다. 멜론은 첫 화면에 전날 집계된 인기 음원 정보를 AI가 분석해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관련 AI 기술의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가 2018년부터 매년 여는 AI 경진대회의 올해 주제가 ‘멜론의 플레이리스트 예측과 추천’이다.

서비스 고도화로 승부수

지니뮤직은 시간대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추천하고 이용자의 음악 취향을 확장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포 유’를 3월에 선보였다. ‘포 유’는 ‘타임 큐레이션’과 ‘취향 확장형 큐레이션’으로 구성됐다. 타임 큐레이션은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 새벽·아침·점심·저녁 등 시간대에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30곡씩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취향 확장형 큐레이션은 소비자의 음악감상 이력 등을 분석해 비슷한 곡의 정보를 추천한다. ‘나와 닮은 사람들은’이란 코너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도 소개한다.

플로도 AI를 활용해 소비자가 자주 듣는 음악의 분위기, 가수의 특징, 보컬의 음색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하고 있다. 이용자가 ‘좋아요’를 누른 곡, 반복 청취 이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소비자가 듣지 않고 건너뛴 이력까지 분석해 더 정교한 음악 추천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벅스는 개인별 음악 감상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2월에 내놓은 서비스 ‘내가 사랑한 음악’에서는 월별 청취곡, 아티스트, 음악 감상 장르 비중, 총 감상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좋아하는 곡을 얼마나 반복해서 듣는지, 인기곡 위주로 듣는지 등의 음악 청취 스타일도 분석해준다. 여기에 총 감상 시간이 전체 회원 중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가장 많이 듣는 요일과 시간대는 언제인지 등의 정보도 준다. 벅스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음악을 추천해주는 ‘뮤직4U’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