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시장' 길목마다 시장선점 경쟁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전자 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전자 사옥. / 사진=연합뉴스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 맞붙었다. 지난해 TV로 세게 붙었다면 올해는 위생가전으로 전장(戰場)을 옮겼다. 작년부터 신경전을 벌여 ‘앙금’이 남은 건조기로 공방을 벌이더니 의류관리기로도 싸움이 번졌다.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까지 확전하는 모양새다.

23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삼성 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에서 LG전자 의류관리기 ‘LG 스타일러’ 문제점을 지적한 판촉 영상을 내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은 자체 실험을 통해 의류를 1분에 최대 200회 흔들어 먼지를 제거하는 LG 스타일러의 ‘무빙행어’ 기능이 물샘 현상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앞서 유튜브에 공개한 자사 건조기 ‘그랑데 AI’ 광고에서도 LG 건조기의 ‘트루스팀’ 기능을 공격했다. “생각할수록 스팀(열) 받네” 문구를 전면에 내걸고 “뜨거운 온도로 옷을 건조하면 옷감이 열을 받는다. 열 받은 옷감에 스팀 뿌린다고 옷감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특정 제품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올해 출시된 ‘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가 해당된다.
22일 삼성디지털프라자 한 매장에서 LG 스타일러의 누수 현상 원인이 '무빙행어' 방식이라고 지적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 사진=배성수 기자

22일 삼성디지털프라자 한 매장에서 LG 스타일러의 누수 현상 원인이 '무빙행어' 방식이라고 지적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 사진=배성수 기자

LG전자는 이같은 삼성전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LG 스타일러의 물샘 현상에 대해선 “제품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했고, 건조기에 적용한 트루스팀 기능도 “고온 스팀은 건조 기능이 아니라 살균 기능”이라며 삼성 측 공세를 일축했다. “삼성은 상도를 벗어난 비방 광고를 당장 중단하라”고도 했다.

양사의 샅바 싸움은 작년에도 있었다. 당시엔 8K TV 화질 논쟁으로 다퉜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를 무대로 LG전자가 선공을 펼쳤다. 삼성전자 TV의 화질선명도(CM)가 국제기준에 미달한다며 “삼성 TV는 진짜 8K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1위에 대한 흠집 내기”라며 맞섰다. 이후 LG전자가 ‘삼성 QLED 8K TV’를 허위·과장 광고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오랜 라이벌답게 양사가 맞붙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일례로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분쟁’을 우려하면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신경전은 “늘상 있는 일”이라 여기는 LG 내부 분위기가 감지됐을 정도다.
LG전자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서 자사와 삼성전자의 8K TV를 나란히 배치해 화질을 비교했다. / 사진=한경 DB

LG전자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서 자사와 삼성전자의 8K TV를 나란히 배치해 화질을 비교했다. / 사진=한경 DB

양사가 다툼을 벌이는 자체보다 ‘어느 분야’에서 겨루느냐가 더 눈여겨볼 대목.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붙는 곳이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이라고 했다.

실제로 작년 삼성과 LG가 날선 공방을 벌인 8K TV가 막 개화하는 시장이었다. 삼성·LG뿐 아니라 하이얼·TCL 등 기술력을 끌어올린 중국 업체들이 8K TV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커지는 시장을 선점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양사가 한 치 물러섬 없이 주도권 쟁탈전을 벌인 이유다.

그 효과를 지금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글로벌 TV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은 성장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 결과 올 1분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32.4%, LG전자도 18.7%로 동반 상승했다.

'그랑데 AI 비긴즈 - 스팀받지마 편' 광고. / 출처=삼성전자 유튜브 화면갈무리

'그랑데 AI 비긴즈 - 스팀받지마 편' 광고. / 출처=삼성전자 유튜브 화면갈무리

양사가 다시 세게 붙은 위생가전도 급성장이 예견되는 시장이다. 역시 전체 가전 수요는 쪼그라든 가운데 건조기·의류관리기 등 위생에 초점을 맞춘 생활가전은 도리어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삼성과 LG의 시장선점 경쟁을 진흙탕 싸움으로만 볼 건 아니란 얘기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라이벌 회사 제품과 비교하며 마케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친 상호 비방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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