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윤리학자 '면역여권이 나쁜 생각인 10가지 이유' 제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코로나19에서 완치된 사람에게 면역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생명윤리학계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생명윤리학자 나탈리 코플러 박사와 프랑수아즈 베일리스 박사는 2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기고한 '면역여권이 나쁜 생각인 10가지 이유'라는 논평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해 면역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면역여권'(Immunity passports)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면역증명서처럼) 생물학을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서를 만드는 것은 인권을 억압하고 차별을 증가시키며, 공중보건을 보호하기보다는 위협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가지 실질적인 큰 문제와 6가지 윤리적 문제가 있어 면역증명서는 나쁜 생각이며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4가지 실질적인 문제로는 코로나19의 면역형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과 혈청학적 검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 검사 대상자가 너무 많다는 점, 코로나19에서 완치된 사람의 수가 너무 적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서 완치된 게 면역력이 생긴 것인지, 면역이 생겼다면 얼마나 오래가는지 등에 대해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면역증명서를 발급하려면 혈청학적 검사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를 측정해야 하는데 현재 검사법은 정확도가 낮아 양·음성 판정이 잘못될 가능성도 크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큼 많은 사람에게 면역증명서를 발급하려면 검사 대상자가 국가별로 수백만~수천만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윤리적 측면의 문제도 심각하다.

필자들은 면역증명서가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면역증명서 발급은 '추적' 시스템과 병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혈청학적 검사가 특정 계층 등에 제한적으로 제공돼 실제로 면역증명서가 가장 필요한 소외계층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코플러 박사와 베일리스 박사는 면역증명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궁극적으로 '집단적 책임과 개입'이라는 공중보건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각국 정부와 경제계가 면역증명서 대신 '검사-추적-격리'라는 검증된 유행병 관리방식의 시행과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과 생산, 공급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면역증명서'는 나쁜 생각…더 많은 문제 초래 우려"

"코로나19 '면역증명서'는 나쁜 생각…더 많은 문제 초래 우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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