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백신의 효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중화항체 형성 여부, 형성된 항체의 농도, 항체 지속 기간, 백신 기술의 신뢰성 등이 꼽힌다.

예방의 열쇠는 중화항체

모더나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45명의 성인 가운데 8명에게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 표면의 'ACE2'라는 단백질과 결합해야 세포 안으로 침투해 감염을 일으킨다. 중화항체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스파이크 단백질과 ACE2가 붙는 것을 막는다.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반면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발현된 항원과 결합할 뿐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면역 기억'이 작용할 수 있다. 사람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B세포는 IgM, IgG 등 항체를 만들어낸다. 면역 기억은 과거에 들어왔던 바이러스를 면역체계가 기억하고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몸 안에 침투했을 때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를 면역 기억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확인한 연구는 아직 없다"며 "면역 기억이 코로나19에 효과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은 중화항체 형성 여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중화항체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모더나는 8명의 피험자에게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설명했을 뿐 농도는 밝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중화항체를 기준으로 허가된 감염병 백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헤마글루티닌에 붙는 항체 농도를 허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평가할 것인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항체 지속 기간은 사람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면 백신을 자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홍역은 항체가 평생 가기 때문에 한번 홍역에 걸린 사람은 다시는 홍역에 걸리지 않는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와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항체는 일 년 뒤에 항체가(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의 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다.

"어떤 백신 기술이 낫다 비교하기 일러"

백신 개발 기술은 바이러스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핵산 백산, 단백질 기반 백신 등 다양하다. 기존 백신은 병원성(병을 일으키는 성질)을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임상 1상 참여자 수만 1100명에 달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아데노바이러스에 실어 세포에 전달한다.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백신은 10여 개의 질환에 사용되고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개발 중인 스마젠의 조중기 대표는 "바이러스 벡터에 유전자를 탑재해 체내에 투여하면 효과적으로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핵산 백신 등 차세대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결국 기존 방식의 백신이 널리 쓰일 것이라는 분석이 국제학술지에 실렸다"고 했다.

반면 모더나의 RNA 백신, 이노비오와 제넥신의 DNA 백신 등 핵산 백신은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는 쉽지만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어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DNA 백신의 경우 세포에 바이러스 단백질의 DNA를 넣기 위해 전기천공법(전기 충격을 가해 세포막에 구멍을 만들어 DNA를 세포에 넣는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등 상용화하는 데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각각의 백신 기술은 감염병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코로나19의 특이성을 볼 때 아직 어떤 시도가 낫다고 비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