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반도체도 SW기술력 없인 미래없다"
“데이터센터 자체가 거대한 컴퓨터가 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규모의 컴퓨터를 제조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3일(현지시간) 자사 개발자 모임인 ‘GTC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엔비디아의 혁신 기술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되는 데이터센터를 한 단계 진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엔비디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으로 치르던 이번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황 CEO는 자택에서 티저(예고) 영상을 찍고, 사전 미디어 브리핑도 챙기면서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회사의 장기 전략과 비전, 산업 전망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술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OS)의 도움으로 별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며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에지컴퓨팅과 같은 차세대 산업에 더 이상 윈도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세대 정보기술(IT) 시장을 선도하려면 하드웨어 기술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는 게 황 CEO의 판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반도체도 SW기술력 없인 미래없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력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엔비디아A100 외에 자율주행, AI, 로봇 등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와 GPU가 결합된 플랫폼을 대거 발표했다. 이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가 새로 선보인 로봇 플랫폼 아이삭은 BMW그룹이 세계 공장 자동화 공정에 도입한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황 CEO는 사전 미디어 설명회에서 “세계 30여 개 BMW 공장은 3000만 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으로 56초에 한 대씩 자동차를 완성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기술력은 이렇게 생산되는 자동차의 99%가 고객 맞춤형으로 각각 다르게 제조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경쟁력의 원천은 엔비디아의 GPU 기술에서 나온다. 엔비디아의 세계 GPU 시장 점유율은 70% 안팎에 달한다.

황 CEO는 “AI, 딥러닝과 소프트웨어 혁신 기술에 정통하지 못하면 BMW와 같은 자동차회사,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회사에 하드웨어를 팔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GPU와 같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일찍부터 자율주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게 된 배경”이라고 했다.

1조달러 데이터센터 집중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차세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집약되고 있어서다. 황 CEO는 “컴퓨터는 과거 중앙처리장치(CPU)에서 CPU와 GPU가 결합된 형태로 진보했고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자체가 컴퓨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의 저장, 네트워킹, 보안, 연산 기능 등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엔비디아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51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이곳에 우리의 최신 기술을 먼저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그는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 대해 “매년 40~50%씩 성장해 이미 수백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앞으로 1조달러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엔비디아가 이날 발표한 A100에 대해 “직전 제품인 볼타와 T4에 비해 처리 속도 등 성능이 20배 개선됐고 사용처도 다양해졌다”며 “전례 없는 강력한 AI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산은 TSMC가 맡았고 삼성전자는 HBM메모리를 공급한다고 했다. 황 CEO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시장에서 △클라우드 △바이오 △게임 △PC 및 노트북 등이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