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암 학회 가운데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다. 이에 앞서 13일(현지시간) 참가 기업들의 초록이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엔케이맥스, 메드팩토, 제넥신 등 12개 기업이 연구 내용을 담은 초록을 공개했다.

여러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키트루다(MSD), 옵디보(BMS) 등 글로벌 제약사의 면역관문억제제와 자사의 후보물질을 병용하는 임상시험의 결과를 공개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각자 출시한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높이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의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엔케이맥스가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 중간결과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치료제 '슈퍼NK(SNK01)'와 키트루다를 면역관문의 일종인 PD-L1 발현율 1%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 9명에게 투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9명 중 3명은 키트루다 단독투여군, 6명은 키트루다와 슈퍼NK 병용투여군이다.

병용투여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66%였다. ORR은 약물 투여 후 종양의 크기가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뜻한다. 치료군 6명 중 4명의 종양이 작아졌다. 3명은 암세포가 50% 이상 줄었고 1명은 30% 이상 감소했다. 슈퍼NK는 뛰어난 항암효과뿐 아니라 키트루다의 부작용도 완화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용만 엔케이맥스 연구소장은 "면역세포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제넥신은 화학요법 등 표준치료에 실패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국내 임상 1/2상을 지난해 4월 시작했다. 하이루킨-7은 T세포의 수를 늘리는 성장인자 '인터루킨-7'에 약물의 지속성을 증가시키는 제넥신의 원천기술인 'hyFc'를 적용한 후보물질이다. 제넥신은 두 약물을 병용하면 종양미세환경(TME)과 말초혈액에 T세포의 수가 늘어나 항암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넥신은 이번 임상을 통해 최대 효능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투여용량을 찾고 있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최대 144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까지 약물을 투여하는 게 목표인데 이번 초록에서는 360㎍/㎏부터 960㎍/㎏까지 용량을 높인 결과를 담았다"며 "960㎍/㎏을 투여받은 환자 9명 중 1명의 종양이 감소했다"고 했다. 960㎍/㎏ 미만을 투여받은 환자에서는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투여용량을 늘릴수록 암이 진행되지 않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성 회장은 "이번 임상에서 하이루킨-7은 투여용량을 늘릴수록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달 말 발표에서 1200㎍/㎏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결과를 공개하는데 저용량보다 효과가 몇 배나 더 좋다"고 했다.

파멥신은 신생혈관 저해제 '올린바시맵'과 키트루다의 재발성 교모세포종 호주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했다. 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파멥신은 약물의 안전성은 확인했지만 병용 투여가 키트루다 단독 투여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올린바시맵 단독 임상 2상에서 올린바시맵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다소 늘려주고 뇌부종 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키트루다 병용 시 효과가 커질 것으로 봤다"며 "올린바시맵을 병용했더니 키트루다 단독 투여보다 부작용은 덜했지만 극적인 효능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린바시맵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유 대표 설명이다. 그는 "MSD가 키트루다와 아바스틴의 재발성 교모세포종 병용 임상에 실패했지만 아바스틴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며 "이번 임상도 키트루다의 실패지 올린바시맵의 실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멥신은 올린바시맵과 키트루다의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병용 임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