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민간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IDC)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각종 재난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도 포함시키는 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민간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민간의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박선숙 민생당 의원이 발의했다. 정부도 국회에서 해당 내용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과방위는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데이터가 소실될 경우 기업과 소비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인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포함해 방송통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인터넷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1일 정부에 보낸 공동 질의서에서 “데이터센터의 시설과 관련 장비 자체가 영업비밀이자 핵심 경쟁력인데 관련 법안에는 설비운영 자료 공유, 정부의 설비 감독 조사권 보장 등 의무 조항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차별 문제도 거론된다.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는 관련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 관련 단체들은 “지금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이용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추가하는 것은 중복 규제”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이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방송사업자 등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를 포함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는데,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규제해 대통령의 방침에 역행하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