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진짜 이쁜데?"

그간 여러 스마트폰 신제품을 봐 왔지만 디자인만으로 구미가 당긴 폰은 오랜만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이른바 '인덕션' 형태의 후면 카메라도 아니었고, 매력 있는 색감으로 빛나는 뒤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제 사용하기엔 어떨까. 오는 15일 정식 출시하는 LG전자 스마트폰의 기대주 'LG 벨벳'을 약 5일간 직접 체험해봤다.

LG 벨벳의 장점은 단연 디자인이다. 세로 대 가로 비율이 20:9로 길고 홀쭉하다. 보기만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한 손으로도 잡기 편했다. LG 스마트폰 최초로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려 타원형을 구현한 '3D 아크 디자인'도 손에 감기는 그립감을 살렸다. 평소 대화면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잡기가 버거웠던 사용자라면 반가울 법한 포인트다.
태양광을 받은 LG 벨벳(왼쪽)과 일상 조명을 받은 LG 벨벳(오른쪽) 오로라화이트/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태양광을 받은 LG 벨벳(왼쪽)과 일상 조명을 받은 LG 벨벳(오른쪽) 오로라화이트/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기자가 사용한 색상은 '오로라 화이트'다. 화려하면서도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물을 접하니 '스마트폰은 단색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해온 통념이 깨졌다.

비유하자면 LG 벨벳은 평소에는 차분한 흰 도화지지만 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그려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늘 번쩍번쩍한 건 아니다. 햇빛에 비출 때와 실내조명에 비출 때 다른 색감을 보인다. 실내조명일 땐 보다 차분한 느낌을 준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미를 함께 갖췄다고 할 만했다.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도 포인트다. 카메라와 플래시를 가로 형태나 인덕션 형태로 배열된 여타 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세로로 배열했다. 맨 위 렌즈가 보기에는 다소 돌출돼 있었지만, 바닥에 내려놓으면 돌출됐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휴대성도 장점이다. 6.8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대화면에도 두께가 7.9mm로 얇아 무게는 180g이다. 여타 스마트폰보다 확실히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테두리는 메탈 재질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을 뒀고 상단 스피커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다.



LG 벨벳의 또다른 장점은 동영상 촬영이다. '타임랩스 컨트롤'과 '스테디캠' 모드가 눈에 띈다. 타임랩스(동영상 빨리감기) 컨트롤은 시간 배율을 지정해 쭉 촬영했던 여타 폰들과 달리 촬영 중에 시간 배율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영상 편집에 문외한인 기자이지만, 아주 간단히 '브이로그'를 찍을 수 있었다. 뛰면서도 흔들림 없이 촬영이 가능하게 해주는 EIS(전자식손떨림방지)와 스테디캠도 동영상 촬영에 용이했다.

화면 속 피사체 소리를 키워 작은 소리까지 또렷하게 촬영할 수 있는 'ASMR 레코딩', 주변 소음을 줄이고 목소리만 강조할 수 있는 '보이스 아웃포커싱' 등도 유용했다. ASMR 레코딩으로 지난 9일 비오는 장면을 찍으니 마치 장맛비가 오는 것처럼 빗소리가 들렸다. LG 벨벳은 모든 기능에 상세 설명을 함께 넣어놓아 처음 접하는 기능이라도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다만 일반 촬영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4800만 화소 메인, 800만 화소 광각, 500만 화소 심도 렌즈를 갖춘 트리플(3개) 카메라는 화소 자체는 준수하지만 OIS(광학식손떨림방지) 기능이 빠졌다. 촬영시 기기가 흔들리면 사진도 함께 흔들려 찍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어두운 환경에서의 촬영은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저조도 환경에서 모든 화소를 한 데 묶어 촬영하는 '쿼드비닝' 기술 덕분이다. 풍경 사진은 왠만한 플래그십 못지 않은 색감을 구현했다. 사람을 촬영할 때도 1600만 화소의 셀피 카메라와 배경 흐림 등 기능을 갖춘 인물 촬영 모드 덕분에 준수했다.
유튜브를 가로 화면으로 시청했다. LG 벨벳은 6.8인치 디스플레이에 20:9의 비율을 갖췄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유튜브를 가로 화면으로 시청했다. LG 벨벳은 6.8인치 디스플레이에 20:9의 비율을 갖췄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LG전자의 장점 중 하나인 음향도 수준급이었다. LG 벨벳에는 영상이나 게임 등을 즐길 때 좌우 음량 밸런스로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해주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다. 여기에 LG 프리미엄 TV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사운드 기능도 추가됐다. 재생 중인 콘텐츠를 분석해 이에 맞는 오디오 음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방안에서 소리를 최대로 높이고 영상을 틀면 20:9 비율의 '시네마 풀비전 디스플레이'와 함께 작은 '나만의 영화관'이 생긴 듯한 기분도 선사했다.

플래그십 중 이례적으로 3.5mm 유선 이어폰 단자를 살렸다는 점도 포인트. 그런데 많은 LG폰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던 현존 최고 수준 32비트, 192킬로헤르츠(kHz)의 고음질을 유선 이어폰으로 구현해주는 '하이파이 쿼드덱(DAC)'이 빠졌다. 덱은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소리로 변환해주는 반도체다.

유선 이어폰 단자를 살렸으면서 자사만의 장점을 십분 발휘 못하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유선 이어폰을 쓴다고 해서 음질이 저하되진 않는다. 기자와 같은 무선 이어폰 유저에게는 상관 없는 내용이기도 하다.

LG 벨벳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스냅드래곤 765을 넣었는데, 이 칩셋은 출시일로 따지자면 최신형은 아니다. 다만 AP와 모뎀 칩을 한 데 합친 '5G 통합칩' 중에선 가장 최신이다.

숫자 자체가 낮아 퀄컴 스냅드래곤 8시리즈보다 구동 능력이 떨어진다는 오해도 받지만 스냅드래곤 835와 스냅드래곤 845 사이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스냅드래곤 765 5G는 원래는 따로인 모뎀과 칩을 통합한 덕분에 내부 공간을 효율화해 LG 벨벳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실제로 스냅드래곤 865 탑재 기종을 사용하고 있는 기자가 LG 벨벳을 사용해본 결과 특별히 AP가 떨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배틀그라운드' 등 고화소 게임도 무난하게 돌아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