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콘텐츠사업자의 ‘망(網)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규제 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예방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도 의결됐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부당한 조치인 데다 실효성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넷플릭스·구글 잡으려다…국내 기업에 족쇄
“해외 업체 규제 위해 법 필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6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국내외 인터넷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서비스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다만 법안소위는 ‘서비스 품질 유지’라는 문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서비스 안정성 확보’로 완화했다. 규제 대상 기업도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을 따져 축소하기로 했다. 해외 CP들이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대리인을 지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2018년 페이스북이 서버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국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데 따른 조치다. 국내 이용자 급증에도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넷플릭스와 구글을 압박하는 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인터넷망 품질을 유지할 의무는 통신사에 있다”며 “통신사와 해외 기업 간 분쟁을 해결한다면서 국내 인터넷기업에 부당하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번방 사건 방지 법안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한 조치(필터링 등)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착취 동영상 등 불법 영상의 유통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국내 인터넷 기업만 규제”

관련 개정안에 대해서도 인터넷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범죄물을 판단해 직접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인 통신 비밀을 침해하는 사적 검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모바일 메신저의 내용은 대부분 암호화돼 있어 서비스 사업자도 확인이 쉽지 않다.

또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만 키운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외국 기업에는 적용이 어렵다. 구글, 넷플릭스 등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다. 심지어 텔레그램은 n번방 사건 방지 법안의 규제 대상인 부가통신사업자도 아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역외 적용 규정을 도입한다고 해도 집행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의 경우 해외 업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상 불법·음란정보 유통 책임도 국내 기업보다 덜하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만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향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김주완/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