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코로나 대응 극찬, K메디컬 도약 기회죠"
“국산 진단키트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인공심폐기) 등 핵심 의료기기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59·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염병에 대한 국가 방역 체계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선 의료기기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장은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을 맡았다. 이때 질병예방센터장이던 정은경 현 질병관리본부장과 함께 전염병 확산 방지와 음압병상 확대 등 국가방역 대책 마련에 앞장섰다. 2017년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승진한 권 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제약·의료기기 등 국내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보건산업진흥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원장은 메르스가 국가 방역 체계를 다잡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듯이 코로나19 위기도 국가 보건의료산업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세계로부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 의료산업에 대한 신뢰와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며 “어렵게 쌓은 신뢰를 자산으로 의료기기·바이오·제약·의료서비스 등의 질적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권 원장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복지부 연간 R&D 예산의 80%에 달하는 4000억원가량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그러나 권 원장은 “보건의료 분야 R&D 예산이 많이 늘었지만 미래 먹거리로서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선 민간 부문과 정부 차원의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원장은 “국제적 신뢰와 대규모 투자가 결합되면 K팝이나 K무비처럼 K메디컬이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산업진흥원 역시 한국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코로나19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박람회 행사의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보건산업진흥원은 매년 5월에 여는 바이오 분야 포럼 ‘바이오 코리아’를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권 원장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면서 국내 우수 보건의료 기업 소개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한편 권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도입한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 반발이 커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미래 의료 환경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크게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진(初診)이나 중요한 검사는 당연히 대면으로 해야겠지만, 단순한 관리 차원의 병원 방문은 다른 문제”라며 “융통성 있게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