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 엔비디아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 테크놀로지 인수를 완료했다고 28일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을 두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치열한 몸집불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AI기업 멜라녹스 인수 완료... IT 공룡 AI 주도권 싸움 '가속'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멜라녹스 인수 계약을 맺었다. 2018년 10월 멜라녹스가 처음 매각의사를 밝힌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브로드컴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텔과 엔비디아가 경합을 벌인 끝에 멜라녹스는 70억 달러(약 8조 5000억원)에 엔비디아의 손을 잡았다.

인수 절차는 최근 중국 반독점국이 멜라녹스 인수 계획을 승인하면서 마무리됐다. 중국은 2018년 1월 미·중간 무역 갈등이 격화된 이후 자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별도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앞서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 세미콘덕터를 인수하려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끝내 불발된 바 있다.
엔비디아는 멜라녹스 인수로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멜라녹스의 대표상품은 '인피니밴드'다. 데이터센터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을 연결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글로벌 수퍼컴퓨터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1,2위를 포함해 총 5개 모델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멜라녹스 인피니밴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측의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멜라녹스와 함께 새로워진 엔비디아는 AI 컴퓨팅에서 네트워킹, 그리고 프로세서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풀 스택 제품과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모든 사업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며 "풍부한 파트너 생태계가 뒷받침하는 양사의 전문 기술은 클라우드에서 엣지, 로보틱스에 이르는 AI의 적용과 가속화된 데이터사이언스와 관련된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이 잇따라 AI 반도체 회사 인수에 나서는 것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AI 반도체 시장이 2025년 1289억달러(약 1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은 지난해 이스라엘의 AI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앞서 2015년과 2016년 AI 반도체 스타트업 알테라와 너바나를 잇따라 사들이기도 했다. 구글은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해 텐서처리장치(TPU) 기반의 AI 알파고를 선보인 바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