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화웨이와 협력을 통해 차이나텔레콤이 에베레스트산의 고도 5800미터 부근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했다/사진제공=차이나텔레콤
22일(현지시간) 화웨이와 협력을 통해 차이나텔레콤이 에베레스트산의 고도 5800미터 부근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했다/사진제공=차이나텔레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8848미터 에베레스트 산에도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를 공급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5G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5G 도입 초기 앞서나가던 삼성전자를 추월한 뒤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미국의 노골적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화웨이는 23일(현지시간) 전세계 대상으로 '5G,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주제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질병 진단을 비롯해 의료 및 산업 분야 등 실생활에서의 5G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유럽연합(EU) 등에 5G 장비 공급을 추진 중인 화웨이가 5G 기술과 자사 장비의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5G는 2017년 말 포르투갈에서 열린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 총회에서 1차 기술 표준과 주파수 대역이 처음 정해졌다. 당초 예상보다 보급 속도는 더디지만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것은 여전하다. 특히 삼성전자, 화웨이처럼 제조업체이기도 한 기업들로선 5G 통신장비 공급이 향후 자사 5G 스마트폰 판매량을 이끌 수 있어 중요성이 한층 부각된다.

초기인 2018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앞서나간 건 삼성전자였다. 업계에서 처음 5G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공격적 행보로 한때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달렸다. 덕분에 국내 5G 기지국 수는 올 2월 기준 약 11만개 국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5G 가입자 수도 536만명으로 지난해 6월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화웨이가 5G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의 때리기에도 화웨이는 중국 내 5G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중국 공화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중국 내 5G 가입자 수는 5000만명을 넘었고 5G 기지국 수는 20만여개에 이른다. 중국은 연내 5G 기지국을 50만개 추가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같은 중국의 '5G 굴기' 중심에 화웨이가 있다.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5G 네트워크 연구개발(R&D)에 약 6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갈수록 화웨이의 점유율이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기준 지난해 연간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26.2% △에릭슨 23.4% △삼성전자 23.3% △노키아 16.6% 순으로 백중세지만, 4분기만 놓고 따져봤을 땐(델오로 집계 기준) △화웨이 35.3% △에릭슨 23.8% △노키아 20.3% △삼성전자 10.4%로 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웨이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삼성전자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화웨이가 미국 정부 방해에도 불구하고 5G 장비공급을 크게 늘렸다"며 "기존 LTE 기지국 호환성 등 장점을 갖춘 통신장비 업체 톱3(화웨이·에릭슨·노키아)는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그대로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화웨이의 눈길은 자국을 넘어 국외로 향하고 있다. 올해도 미국 정부의 화웨이 때리기 강도는 높아졌지만 상황은 도리어 화웨이에게 좋아지고 있다. 올해 초 영국을 필두로 EU 회원국들이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를 공식 허용했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스페인 등도 화웨이 장비 도입 의사를 밝혔다.

업계는 미국의 반대에도 유럽이 문을 연 것은 화웨이가 5G 무선접속 네트워크(RAN)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화웨이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초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진행하려 했던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은 현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 때문에 관련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석연찮은 대응으로 인해 화웨이에게 '불똥'이 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영국 등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정보를 숨긴다고 보고 있으며, 화웨이의 5G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