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등 기존 업체들 "많이 듣는 노래에 저작권료 집중"
네이버 "재생 횟수 적더라도 팬층 넓으면 수익 커져야"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두고 음원 유통업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개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카카오, KT, SK텔레콤 등 다른 업체들은 저작권자 등 이해당사자와의 협의가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네이버 vs 멜론·지니, 음원 정산 방식 '격돌'

판 바꾸려는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21일 디지털경제포럼이 마련한 ‘음원 생태계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이른바 ‘인별(人別) 정산’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달 자사 음원 서비스 ‘바이브’에 새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상반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모든 음원 유통업체가 ‘비례 배분제’를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낸 전체 음원 이용 요금에서 재생 횟수 비중에 따라 수익을 가수, 작곡자, 음원 제작자 등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방법이다.

네이버는 기존 비례 배분제 방식은 소비자가 듣지도 않은 음원에 대해 이용료가 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는 “지금 방식으로는 소수 이용자가 많이 듣는 경우에 정산 편중이 발생하고 (다른 저작권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와 B만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에서 각각 한 달에 1만원씩 음원 사용료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동안 A는 가수 C의 노래를 10번 듣고, B는 가수 D의 노래를 90번 들었다. 가수 D에게 가는 저작권료는 전체 2만원의 90%인 1만8000원이다. 반면 가수 C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는 2000원(10%)에 그친다. 네이버의 정산 방식이라면 가수 C와 D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1만원씩이다.

네이버는 인별 정산의 합리성을 증명하기 위해 바이브를 분석한 자료도 내놨다. 지난해 7~12월 바이브 무제한듣기 상품 이용자를 대상으로 상위 재생 20만 곡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인별 정산으로 개편할 경우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뮤지션 K는 정산 금액이 60% 증가했다. 전 세대가 즐겨듣는 트로트 가수 S는 74% 늘었다. 팬층이 넓은 인디 뮤지션 K도 22% 증가했다. 반면 정산 금액이 줄어드는 사례도 있었다. 어떤 곡은 하루에 3만481회 재생됐는데, 이 곡을 들은 사람은 6명이었다. 이 경우에는 정산 금액이 94% 감소했다.

기존 방식 고수하는 카카오

업계 1위 업체인 카카오(멜론) 등은 일단 기존 정산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방식은 저작권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수년간 협의를 거쳐 정한 것”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따른 정산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비례 배분제는 또 정산 방식이 단순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사용료의 주기가 빠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음원의 가치 책정에 대한 논란도 적다. 비례 배분제에서는 전체 재생 횟수에서 비중만 따져 정산하기 때문에 곡당 단가가 같다. 하지만 인별 정산에서는 같은 곡이라도 사용자의 재생 횟수에 따라 음원의 가치가 달라진다.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아이유의 ‘좋은 날’만 10번 듣는 이용자에게는 곡당 단가가 1000원이다. 반면 1000번을 듣는 소비자에게는 단가가 10원에 불과하다.

정산 방식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저작권자 측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네이버의 시도는 음원 사재기 등 음원 유통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아직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도 “네이버에 보다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요청했다”며 “그 결과를 보고 다른 업체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