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화면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태블릿PC가 변신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펜과 키보드로 생산성을 높인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정체 상태에 빠진 태블릿PC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진화한 태블릿…노트북 안부럽네
삼성, S펜 장착한 40만원대 태블릿

삼성전자가 21일 공개한 ‘갤럭시 탭 S6 라이트’는 S펜을 무기로 내세웠다. 작년 9월 나온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태블릿PC ‘갤럭시 탭 S6’ 보급형 모델로,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프로세서 등의 사양을 낮추고 가격도 절반 수준으로 내렸다. 와이파이 64기가바이트(GB) 제품은 45만1000원, 가장 비싼 LTE 128GB 모델은 53만9000원이다.

전자기기용 스타일러스 펜 분야에서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 와콤과 제휴해 만든 S펜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갤럭시 탭 S6 라이트에 포함된 S펜은 갤럭시노트에 들어가는 S펜보다 커 실제 연필을 쓰는 것처럼 쥘 수 있다. 반응 속도도 빨라져 세밀한 필기부터 그림까지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트 필기 기능도 강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필기 내용을 300%까지 확대할 수 있어 작은 글씨도 손쉽게 수정이 가능하다”며 “중요한 텍스트는 별도 색상으로 강조하거나 해시태그를 지정해 빠르고 편리하게 검색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스마트폰으로 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도 태블릿PC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블릿PC를 단순한 콘텐츠 소비 용도에서 동영상 강의를 보며 필기하거나 회의에서 녹음과 함께 메모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상위 제품인 갤럭시 탭 S6는 키보드 케이스와 태블릿을 PC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삼성 덱스’를 이용해 일반 랩톱처럼 쓰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2~27일 갤럭시 탭 S6 라이트의 사전 예약을 받고 29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매직키보드 갖춘 아이패드 프로

애플도 한국에서 플래그십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 4세대’의 예약 판매를 하고 있다.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제품은 11인치와 12.9인치 두 종류다. 가격은 102만9000원(11인치 와이파이 64GB 모델)부터 214만9000원(12.9인치 LTE 1테라바이트 모델)으로 웬만한 노트북보다 비싸다. 대화면을 활용해 문서 작업은 물론 영상 편집, 작곡 등 전문적인 용도로 쓸 수 있다. 애플은 이번 제품과 함께 ‘매직 키보드’도 내놨다.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결합된 제품으로, 아이패드를 노트북 대용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크기에 따라 38만9000~44만9000원으로 높은 가격이 책정됐지만 이용자들 관심이 높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라이다(LiDAR) 센서’도 처음 적용됐다. 빛이 돌아오는 시간과 강도를 측정해 거리·방향·속도·온도 등 다양한 외부 환경을 측정할 수 있다. 애플은 이 센서를 이용해 게임은 물론 의료, 건축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다양한 증강현실(AR)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차별화해야 살아남는다”

태블릿PC 시장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1억4410만 대로, 전년(1억4620만 대) 대비 1.5% 감소했다. 2013년 이후 6년째 감소세다. 지난해에는 애플과 아마존을 제외하면 주요 업체들이 모두 출하량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태블릿PC가 외면받는 주된 이유는 ‘모호한 정체성’ 탓이 크다. 특히 6인치대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면서 콘텐츠 소비 용도로서의 태블릿PC는 점차 매력을 잃고 있다. 화면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는 폴더블폰이 등장하면서 태블릿PC의 매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스마트폰과 차별점을 둔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작년 9월 갤럭시 탭 S6를 발표하면서 “오늘날 소비자들은 업무나 학습 같은 생산적인 활동과 창의적인 활동 모두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며 태블릿PC의 용도가 생산성 측면으로 옮겨갈 것을 시사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