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영상 업계에 '길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1분 이내의 동영상을 일컫는 '숏폼' 플랫폼의 선두 주자는 틱톡으로 유명한 중국 바이트댄스다. 2016년 선보인 틱톡은 15초에서 1분 이내의 동영상을 올릴 수 있게 했다. 세계 150여 개국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10~20대 젊은 층의 인기를 얻으며 수 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집안에서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늘어나는 수요에 직원 수도 늘릴 계획이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중남미 사업을 위한 데이터 분석가부터 게임 플랫폼 운영 매니저 등에 이르기까지 1만 명 이상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이날 바이트댄스가 올해 안으로 4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직원 수가 6만 명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10만명 수준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구글은 이날 누구나 동영상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유튜브 비디오 빌더'(YouTube Video Builder)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텍스트, 이미지, 사진, 로고 등에 유튜브의 무료 배경음악을 더해 빠르고 손쉽게 동영상 광고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숏폼 비디오의 인기 추세에 맞춰 짧은 동영상 광고가 뜨는 것을 감안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 6일 출시된 숏폼 동영상 앱 '퀴비'(Quibi)도 주목받고 있다. 퀴비에는 디즈니, 소니픽처스, 알리바바 등이 투자했다. 드림웍스 공동창업자인 제프리 카젠버그와 휴렛팩커드(HP) 전 CEO인 멕 휘트먼 등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퀴비는 출범 첫 주에 17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숏폼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블로그용 숏폼 동영상 편집기 '모먼트'를 출시했다. 카카오도 숏폼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10월 10초짜리 동영상 플랫폼 '띠잉'을 선보였다.

긴 동영상 '롱폼'에 주목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영상 전문 서비스 IGTV(인스타그램TV) 앱을 최근 전면 개편해 롱폼 플랫폼을 앞세웠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처럼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유튜브에도 오랫동안 시청자들을 묶어두기 위한 다양한 롱폼 동영상이 많다.

국내에서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아마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아직까지는 숏폼보다는 롱폼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 시청자 중에는 이른바 ‘빈지워칭’(binge-watching·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한꺼번에 몰아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구글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증가 폭이 컸던 검색어도 '빈지워칭'이다.

전문가들은 "영상 콘텐츠 소비 습관이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숏폼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지만 더 길고 충실한 내용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도 여전히 많다"고 설명한다. 숏폼과 롱폼 플랫폼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15~30분 정도의 중간 분량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