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협업용 메신저 ‘슬랙(Slack)’의 한글판이 다음달 나온다. 슬랙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국내 협업용 메신저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인의 삶과 업무를 분리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非)대면 업무 방식이 빠르게 정착되는 것도 협업용 메신저 시장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슬랙이 온다…불붙는 '업무용 메신저' 경쟁
슬랙, 한국시장 공략 가속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달 슬랙의 한국어 버전이 정식 출시된다. 슬랙은 2013년 첫선을 보인 클라우드 기반 협업용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일간 활성화 사용자(DAU)가 1200만 명을 넘는 글로벌 1위 서비스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한국에서도 IT 기업과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글화가 돼 있지 않아 불편하다는 평이 많았다.

슬랙을 서비스하는 슬랙테크놀로지는 한글판 출시를 계기로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 1월 정응섭 전 SAP코리아 전무를 지사장으로 선임했다.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해 한국 진출에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업용 메신저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담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다. 대개 채팅 기능은 물론 일정 관리, 화상 회의, 이메일 관리 기능 등을 포함한다. 슬랙은 외부 프로그램과 연동이 쉬워 개발자 위주 조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선 슬랙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Teams)가 강자로 손꼽힌다. 업무의 ‘필수품’인 엑셀, 파워포인트 등이 포함된 업무용 솔루션 오피스365와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업체들도 다양한 협업용 메신저를 선보이고 있다. 토스랩 ‘잔디’와 마드라스체크 ‘플로우’ 등이 2015년 첫선을 보인 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라인 웍스), NHN(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등 대형 IT 업체들도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 역시 올 하반기 카카오톡 기반 협업용 메신저를 선보일 계획이다.

협업용 메신저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협업용 메신저 시장은 2023년 599억달러(약 7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업계에선 3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무 생산성 56% 증가”

기업들이 협업용 메신저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증가다. 지금까지 기업의 업무는 대부분 이메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중요해지고 각종 자료, 데이터 공유가 많아지면서 여기에 특화된 협업용 메신저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해 자료를 공유하는 기업이 많지만 과거 대화 내용이나 자료를 찾기 어렵고 개인용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쓰는 데 대한 불만도 높다.

미국 인적자원(HR) 전문기관 I4CP 조사 결과 슬랙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도입 이전보다 이메일 양이 49% 감소했고 미팅 수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잔디를 서비스하는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이용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평균 생산성이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업무에 특화된 메신저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협업용 메신저 사용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MS는 12일 내놓은 ‘원격근무 트렌드 리포트’에서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팀즈의 화상회의 사용 시간이 27억 분으로 3월에만 100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MS는 “업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얼굴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화상회의가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