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사진제공=애플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사진제공=애플
LG전자가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분기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효자' 역할을 해온 가전 부문의 선전에 TV 부문이 뒷받침하며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지만, 주요 고객사인 애플 신제품에 카메라 모듈 등을 납품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망되는 LG이노텍의 공도 뺄 순 없다.

LG전자는 1분기(1~3월) 매출 14조7298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의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올렸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좋은 실적을 냈던 전년 동기보다도 수익이 크게 수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9006억원)보다 21.1% 상승하며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영업익 전망치(8474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업계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 부문이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확대와 신가전 및 위생가전 판매 호조 등으로 LG전자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게 주효했다고 봤다.

여기에 LG이노텍 실적이 가세했단 평가다. LG이노텍 실적은 LG전자 연결 기준 실적에 반영된다. 지난해 1분기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LG이노텍이 지난 올 1분기에 흑자를 기록, LG전자 호실적에 한 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LED 4개 사업부문으로 이뤄졌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차량 등에 들어가는 관련 부품을 생산해 납품한다. 특히 카메라 모듈 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부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가 LG이노텍의 매출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최대 고객은 애플이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고객 A사(애플 추정)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00억원가량 증가한 5조1261억원으로 처음 5조원을 넘겼다. A사에 대한 매출 비중 또한 전년과 비교해 3.4%포인트 상승한 61.7%에 이른다. LG이노텍은 비밀유지협약(NDA)에 따라 직접적으로 고객사를 지칭하진 않지만 기판소재·광학솔루션 사업과의 연관성을 밝힌 만큼 업계는 A사가 애플로 보고 있다.

납품해야 하는 입장에서 LG이노텍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아이폰 전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도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모든 애플 스토어는 무기한 폐쇄된 상태다.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사진제공=애플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사진제공=애플
애플에게 신제품 출시가 뜸한 상반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다만 올해 애플은 종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 신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내로 4년 만에 처음으로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제품 출시로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아이폰SE는 코로나19 여파로 출시일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초 계획한 일정과 큰 차이 없이 아이폰SE를 출시하는 것도 코로나19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애플이 만회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말부터 폭스콘 등 아이폰 생산 위탁업체는 아이폰SE 양산에 들어갔다.

증권가는 LG이노텍이 우호적인 환율 환경 속에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과 출시를 앞둔 아이폰SE에 탑재된 카메라에 부품을 납품해 당초 우려와 달리 올해 1분기 실적을 대폭 높였다고 보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에는 듀얼카메라와 비행측정거리(ToF) 3D 카메라 모듈이 장착됐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공개한 아이패드 대당 매출액이 전작 24달러에서 52달러로 대폭 상향됐다고 추정한다. LG이노텍의 올 1분기 영업익이 컨센서스(평균) 대비 35% 이상 상승한 1350억원으로 예상하는 이유"라며 "강달러 영향과 함께 아이폰SE 초도 생산, 기존 레거시 모델 납품들도 한 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분기에도 LG이노텍의 선전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며 애플의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을 덮쳐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미국 및 유럽으로 확산됨에 따라 2분기 스마트폰 수요 부진도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도 "하반기 예정 일정대로 애플이 5세대 이동통신(5G)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실적 개선은 분명하다. 코로나19가 2분기 중 진정되고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의 큰 반등이 나타날 경우 가장 큰 수혜는 아이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