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이어 중소형 플렉시블 OLED에 눈독 들이는 BOE
플렉시블 OLED 공정 3개 건설…공격 투자 확대
업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 '초격차' 벌리기 위한 투자할 듯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밀어낸 중국 BOE가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추격에도 발동을 걸었다. 1차 목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플렉서블 OLED'를 점찍었다.

국내 업체들보다 10여년 늦게 LCD 시장에 진입했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저가 물량 공세를 펴 업계 1위로 올라간 BOE인 만큼 OLED 시장에서도 수년 내 국내 업체들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중국 충칭에 위치한 플렉서블 OLED 공장 'B12'에서 6세대 OLED 기판(가로 1500mmx세로 1850mm) 생산을 위한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이 기판 제조를 위해 B12 외에 청두에 'B7', 멘양에 'B11' 공장을 지어놓은 상태다.

플렉서블 OLED는 구부러지는 재료를 사용한 디스플레이로 폴더블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장용 디스플레이에 주로 탑재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플렉서블 OLED를 향후 1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플렉서블 OLED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2조4700억(182억9000만달러)에서 2023년 40조1750억원(347억달러)로 2배 가까이 급성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 OLED 탑재 스마트폰 출하량도 전년 대비 50%가량 성장한 6억대 규모로 추산된다.
화웨이 'P40'. P40 시리즈에는 BOE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사진제공=화웨이

화웨이 'P40'. P40 시리즈에는 BOE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사진제공=화웨이

BOE가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최근 공격적 투자를 확대하며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중소형 OLED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로선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다.

현재 플렉서블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16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을 삼성디스플레이가 87%, LG디스플레이가 13%로 국내 업체들이 사실상 100% 독점했지만 2025년에는 BOE가 31%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려 1위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BOE의 충칭·청두·멘양 3개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6세대 OLED 기판 생산능력(CAPA)을 월 14만4000장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17만장)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 수율까지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크게 앞서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과 함께 수주 물량도 자국 업체에 몰아주는 중국 특성상 BOE의 가격경쟁력 확보,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폴더블(접는) 디스플레이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폴더블 OLED 시장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90%가량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전체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폴더블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3% 수준에서 2026년 11.3%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유율 10% 수준인 BOE는 이 분야에서도 추격 신호탄을 쐈다. 올 초 모토로라 '레이저', 지난달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Xs' 등 폴더블폰의 폴더블 패널을 단독 공급했다. 이어 애플에게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올 하반기 출시가 유력한 첫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에 OLED 채택이 확실시된다. 내년에는 애플도 폴더블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중소형 OLED 시장을 지배하는 '라이벌' 삼성의 디스플레이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왔던 애플로선 BOE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최근 BOE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 공급사 지위를 획득하고 B11 공장에 애플 전용 OLED 모듈 라인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은 이같은 BOE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차질 등으로 LCD 가격이 상승 추이에 접어들었지만 삼성디스플레와 LG디스플레이는 연내 LCD 시장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물량 공세로 LCD 가격이 급락한 탓에 수년간 사업부진을 겪었던 국내업체들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설명이다.

LCD에 이어 중소형 OLED 시장에도 중국 위협이 가시화되자 업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는 '초격차' 벌리기로 맞대응에 나선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생산공장 'A5'(충남 아산디스플레이시티2)에 대한 투자가 진행돼 내후년 쯤부터 본격 가동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가는 플렉서블 OLED 패널에 터치 일체형 기술을 접목, 패널 내부에 터치 센서를 집어넣어 생산비용 및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와이옥타' 공정이 A5 공장에 추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LED 패널과 커버글라스를 접합하는 과정에서 잉크젯 OCR 장비 기반의 새로운 공정 도입도 점쳐진다. 잉크젯 OCR은 기존 OCA 필름 대신 투명 접착제를 도포해 OLED 패널과 커버글라스를 접합,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장비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에서 중소형 OLED 투자가 재개되는 시점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와이옥타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잉크젯 OCR 장비 기반 공정을 도입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7세대 등 기존 6세대 OLED 공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초격차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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