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1년여 만에 알뜰폰 시장에 5G 망을 전원 개방했다. 알뜰폰 업계는 월 3만원대 요금제를 속속 출시해 고객 맞이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100만원에 달하는 5G 단말기 값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31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과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 큰사람, 스마텔, 에넥스텔레콤 등 주요 알뜰폰 업체들은 월 3만원대 5G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지난 2월 LG유플러스와 KT가 5G 망 도매대가를 75%에서 66%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알뜰폰 업계의 월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졌다.전날에는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5G 망을 도매가로 개방했다. 스마텔·아이즈비전·프리텔레콤·에스원·SK텔링크·큰사람 등 6개 업체는 SK텔레콤의 월 5만원대 5G 요금제를 월 3만원대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이통 3사의 망 도매대가 인하로 알뜰폰 요금제의 가격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올 1월 5G 알뜰폰 가입자 수는 227명으로 전체 알뜰폰 가입자(약 767만명)의 0.003%에 불과하다. 1월 한 달 동안 5G 가입자는 40명 느는 데 그쳤다. 알뜰폰 가입자는 작년 1월 800만명을 넘어섰지만 그해 9월 700만명대로 떨어졌다. 5G를 계기로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업계는 100만원을 웃도는 단말기 가격이 알뜰폰 시장의 5G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알뜰폰 요금제 이용자들은 이통사의 보조금이나 약정할인 없이 단말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5G 스마트폰은 고가 플래그십(전략) 모델에 치중돼 있어 부담이 만만치않다.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는 최저 사양 모델의 가격이 120만원을 넘는다. 5G 보급형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A90의 최초 출고가도 89만원에 이른다. 현재 출고가는 69만9600원으로 떨어졌지만 이통사 대리점·판매점을 통하면 2년 약정 계약에 기기를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일부 판매점은 페이백(현금을 되돌려주는 행위)을 지급하기도 한다.이에 보급형·저가형 5G 단말기를 늘려달라는 알뜰폰 업계의 요구가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이용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요금제가 이통사보다 저렴하다고 해도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없으면 알뜰폰을 찾지 않는다"며 "알뜰폰은 물론 5G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보급형, 저가형 단말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KT 구현모호(號)’가 공식 출범했다. KT는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KT는 12년 만에 ‘정통 KT맨’을 수장으로 맞게 됐다. 구 대표는 “KT가 그동안 쌓아온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다른 산업은 물론 고객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를 늘리고, 경쟁이 심해진 유료방송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성장동력 발굴과 주가 회복 등도 과제로 꼽힌다.유료방송 M&A 나설지 관심구 대표는 이날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경영 메시지를 전했다. 구 대표는 취임사에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도약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고 강조했다.구 대표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5G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5G를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통신사들은 5G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유료방송 사업과 관련해서는 1위 수성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줄줄이 케이블TV와 인수합병(M&A)에 성공해 몸집을 불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과의 경쟁도 심화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 현대HCN 등을 인수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구 대표는 신임 대표로 내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고객’을 강조해왔다. 이날 취임사에서도 고객을 위해 자기 혁신을 하자는 의미의 ‘고객발 자기혁신’을 언급했다. ‘미래를 위한 3대 핵심과제’로 AI 및 클라우드 분야의 핵심인재 육성, 고객발 자기혁신, 사회적 가치를 꼽았다.이런 전략은 최근 공개한 광고에서도 드러난다. ‘KT 마음을 담다,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라는 제목의 새 광고는 AI 기술을 활용해 말을 못하는 언어장애인에게 목소리를 찾아주는 내용을 담았다.현장 경영도 강조했다. 고객본부(영업조직)와 네트워크운용본부 등 현장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끌어올렸다. 기존에는 커스터머&미디어부문에 있던 조직들이다. KT 관계자는 “현장 조직을 강화하고 CEO가 현장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주주들 “주가부터 올려달라”주당 2만원 아래로 떨어진 주가를 부양하는 것도 숙제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주가를 올려달라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구 대표는 최근 약 1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KT는 이날 공식적으로 회장 직급을 없앴다. 정관 변경을 통해 기존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바꿨다. KT는 “회장 중심의 1인 체제를 뛰어넘어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이날 주총에서 신임 사내이사에는 박윤영 기업부문장(사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이 뽑혔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현명 전 KT 사장은 사외이사에 선임됐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전세계가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이동통신사의 해외 로밍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국 중심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로밍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30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통3사는 중국 이탈리아 스위스 핀란드 등 4개국에서 5G 로밍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업계 1위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5G 로밍 서비스를 올해 20개국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 1분기 영국·일본, 2분기 미국·독일, 하반기 홍콩·대만·태국·호주 등에서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통상 이통3사는 특정 국가의 5G 로밍 서비스를 순차 개시하므로 KT와 LG유플러스의 5G 로밍 서비스 확대도 SK텔레콤과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1분기로 계획한 영국과 일본 내 5G 로밍 서비스 상용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는 각국 현지 이통사 기술력과 코로나19 여파 등 경제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을 전면 통제하는 등 전세계가 빗장을 걸고 있는 점도 5G 로밍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 됐다. 양국 이통사 간 상호 네트워크 연동, 현지 필드 테스트 등 단말기 최적화 작업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이르면 오는 4월, 늦어도 6월까지 일본으로 5G 로밍 서비스를 확대하려 했던 계획도 잠정 연기됐다.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를 이유로 1년 연기됐다. 일본 내 5G 로밍 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은 소프트뱅크와, KT는 NTT도모코와, LG유플러스는 KDDI와 손을 잡았다.일본 현지 통신사들은 NTT도모코를 필두로 이달 말부터 5G 상용화에 나섰다. 하지만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로밍 사업 등 후속 투자 등은 미뤄지는 실정이다.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로밍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먼저 현지에 5G 망이 깔려야 하는데 도쿄올림픽이 미뤄지면서 일본 업체들이 5G에 당장 적극 투자를 하진 않는 분위기"라며 "일본 5G 로밍 서비스 개시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국내 이통사의 로밍 사업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로밍 사업 확대가 어렵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지난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로 공항 출국자 수가 80%로 줄었다. 주력사업 중 하나인 로밍 사업도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