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계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현대HCN이 매물로 나온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에 이어 올해 유료방송 시장에 다시 한번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대형 유료방송사업자에 현대HCN 매수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전은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3강 체제인 유료방송 시장에 순위 변동을 몰고 올 수 있어 주목된다.
현대HCN 매물로…유료방송시장 올해도 빅뱅
“잠재 매물 중 가장 매력적”

현대HCN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작년 6월 말 기준)은 4.07%(134만 명)다. KT(31.31%) LG유플러스(24.72%) SK브로드밴드(24.03%) 딜라이브(6.09%) CMB(4.73%)에 이은 6위 사업자다.

현대HCN은 ‘빅3’ 체제로 재편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잠재 매물로 꼽히고 있다. 먼저 가입자가 구매력이 비교적 높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18년 서울 서초지역 기반의 딜라이브서초방송을 인수하기도 했다. 재무구조도 건전하다는 평가다. 현대HCN의 작년 매출은 2928억원, 영업이익은 408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3.9%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딜라이브는 수차례 시장에 나왔지만 가격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번번이 거래가 무산됐다. 대구·경북을 거점으로 하는 CMB는 서비스 지역이 지방인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LG SK KT 모두 ‘눈독’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 매각을 결정한 건 지금이 몸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2위 LG유플러스와 3위 SK브로드밴드의 시장 점유율은 24%대로 엇비슷하다. SK브로드밴드는 2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2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현대HCN이 필요한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업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KT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합해 31%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1위 수성을 위해 매물로 나오는 후보를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시장 인수합병(M&A)의 장애물이던 정부의 ‘결합 승인 리스크’도 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건을 잇달아 승인했다.

딜 규모 5000억~7000억원 예상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현대HCN의 시가총액은 3211억원이다. 통상 유료방송사업자의 기업가치는 가입자 1인당 가격을 기반으로 환산한다. 가입자 1인당 가치를 50만원으로 잡으면 현대HCN의 가치는 6500억~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약간 낮춰 40만원으로 잡아도 5300억원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38.34%) 현대쇼핑(11.05%) 현대백화점(11.03%) 현대그린푸드(5.79%)를 통해 현대HCN 지분 66.21%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HCN 인수전이 본격화하면 올 상반기 예상됐던 딜라이브 매각은 다소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현대HCN을 사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잠재 매물인 딜라이브나 CMB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후보들 모두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HCN은 공식적으로는 매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HCN 관계자는 “회사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은/전설리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