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 강화" 승부수…'위기의 LG폰' 살릴까
LG전자가 스마트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조직을 강화했다. 최근 ODM 제품을 관리하는 아웃소싱 담당 조직을 ‘팀’에서 ‘실’로 확대 개편하고, 새 스마트폰 수장인 이연모 MC사업본부장(부사장) 직속으로 편입했다. 인력도 지난해에 비해 약 30% 늘렸다.

ODM 조직 강화는 19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엔 생산비 절감을 위해 국내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올 들어 마케팅 전략도 바꿨다. 위기에 빠진 LG전자 MC사업본부가 새로운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 재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ODM으로 중저가폰 경쟁력 확보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신임 CEO로 취임한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각오였다.

적자 탈출 전략의 일환으로 LG전자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약 1500만 대)을 ODM 방식으로 생산한다. 2018년 약 10%였던 ODM 생산 비중을 지난해 30%로 늘린 데 이어 추가로 확대한다.

ODM 생산 방식을 도입하면 가성비 경쟁이 치열한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ODM 업체는 여러 제조사에서 발주한 제품 부품을 한꺼번에 구매한다.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제조사보다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부품 가격이 낮아져 가성비 좋은 제품 공급이 가능해진다. LG전자는 중저가폰을 중심으로 ODM 생산 방식을 확대 도입함으로써 원가 구조를 효율화해 적자폭을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아낀 비용과 인력을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투입해 프리미엄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올 들어 ODM 방식으로 생산한 중저가폰을 잇달아 내놓으며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국내 시장에서 ‘LG Q51’을 출시했다. 지난달 중순엔 2020년형 K시리즈 3종(사진)을 공개했다. 2분기부터 중남미와 유럽 시장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인도 시장에서는 ‘W10 알파’를 선보였다. 모두 10만~30만원대 제품이다.

적자 탈출 전략 통할까

마케팅 전략도 개편했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최고가 제품인 ‘LG V60 씽큐’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5G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 보급됐고,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도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올해 통신사 간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일본 등에서 판매한다.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G시리즈로 공략할 계획이다. 보급형 5G폰 시장이 열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생산 공장은 인건비 등이 싼 베트남으로 옮겼다. 지난해 이전을 완료, 베트남에 연간 생산량 약 1000만 대 규모의 공장을 갖췄다. 이곳에선 주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한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99억원을 포함해 누적 적자 금액이 3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에선 올해도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새로운 전략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MC사업본부가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ODM 비중을 늘려 손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개편한 마케팅 전략도 비용 절감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