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 난제 풀 암흑물질 '액시온' 발견 가능성 높여
기초과학연, 세계 세 번째로 '암흑물질 후보 없는 영역'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암흑물질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액시온·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팀이 우주 속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Axion)이 없는 영역을 탐색해 냄으로써 액시온의 존재 입증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미국 워싱턴대와 예일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룬 성과이다.

우주 속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고 중력만으로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설명되는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9%)로 구성돼 있다.

액시온은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액시온은 질량이 가벼워 매우 약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 액시온 장의 일부를 전자기파를 방출할 수 있는 빛(광자)으로 바꾸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액시온이 존재할 수 있는 질량 범위와 광자로 바뀌었을 때 신호 크기의 범위를 토대로 액시온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을 이론적으로 계산, 이를 'QCD 액시온 밴드'라 이름 붙였다.

만약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이 영역에서 신호가 발견된다는 뜻이다.

QCD 액시온 밴드 내 신호의 크기는 형광등 빛의 10의 24제곱 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아 검출을 위해서는 민감도가 높은 수신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지구 자기장보다 16만 배 강한 8테슬라(Tesla) 자기장을 내는 초전도 자석에 안테나가 삽입된 금속을 넣어 액시온이 내는 광자의 신호를 읽는 데 성공했다.

실험은 증폭과 열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영하 273도의 냉동기 안에서 진행됐다.

기초과학연, 세계 세 번째로 '암흑물질 후보 없는 영역' 찾았다
실험 결과 액시온 질량 범위가 6.62∼6.82μeV(마이크로일렉트론볼트)인 QCD 액시온 밴드 영역에는 액시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워싱턴대와 예일대 연구팀이 찾아낸 액시온이 존재하지 않는 QCD 액시온 밴드 영역(각각 질량 범위가 1.9∼3.53μeV, 23.15∼24μeV인 영역)과 함께 액시온 탐색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 세계 세 번째로 '암흑물질 후보 없는 영역' 찾았다
액시온은 물리학계의 난제인 '물질-반물질 비대칭 현상'을 해결할 열쇠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주에 빅뱅이 일어났을 때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만들어졌다면 모이면서 상쇄돼 소멸해야 한다.

그에 따른 우주 질량을 가늠해보면 현재 1∼10개 정도의 은하계만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론적으로 우주에는 3천500억개 이상의 은하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설명하려면 물질이 반물질보다 훨씬 많이 퍼져 있는 물질-반물질 비대칭 현상이 존재해야 한다.

액시온은 이처럼 물리학 표준 모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고안해 낸 입자이다.

액시온이 발견되면 암흑물질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물론 현대 물리학의 난제를 푸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제1저자인 이수형 연구기술위원은 "워싱턴대가 30년 이상, 예일대가 10년 이상 연구해 온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4년 만에 따라잡았다"며 "검출기 성능을 높여 작은 신호 영역 탐색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지난 14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