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없어도 내부 열만으로 물 얼리지 않고 액체로 유지
별빛 못 미치는 서식가능 영역 밖서도 생명체 존재 가능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서식 가능 영역'(habitable zone) 안에 있는지다.

생명체 진화에 필수적인 물이 있더라도 별(항성)에 너무 가까이 있어 뜨거운 별빛에 기화하거나 너무 멀리 있어 빛을 받지 못하고 얼음이 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별빛을 적당히 받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구역을 이른바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으로 정하고 이 안에서 발견되는 외계행성에 특별히 더 관심을 둬왔다.

하지만 이 영역 안에 있다고 해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모두 높은 것은 아니다.

목성과 같은 가스형 행성을 비롯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외계행성이 서식 가능 영역 안에도 무수히 많다.

미국 플로리다공과대학 항공물리우주과학과 조교수 마나스비 린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런 상황과는 정반대로 서식 가능 영역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한 결과를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별빛 못 미치는 서식가능 영역 밖서도 생명체 존재 가능
연구팀은 행성 표면의 물을 액체 상태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온도는 별빛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행성이 만들어질 때부터 갖고 있던 원시 열과 방사성 붕괴 열 등 행성 내부 열이 표면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별빛 없이 얼마나 많은 내부의 열이 있어야 생명체가 생겨나 진화하는데 필요한 물을 행성 표면에서 액체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구와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물과 함께 암모니아와 에탄 등 3종의 액체를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내부 열은 행성이 형성된 뒤 식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열과 함께 장기와 단기 붕괴 동위원소에 나오는 방사성 발열을 모두 포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가 옅은 지구 질량 2~10배의 암석형 슈퍼지구는 별빛의 도움 없이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을 만큼 대양을 오래 유지하려면 지구의 약 1천배에 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탄으로 된 바다를 유지하는 데는 지구의 100배 정도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별빛 못 미치는 서식가능 영역 밖서도 생명체 존재 가능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중성자별 간 합병이 자주 일어나는 은하 안쪽의 별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은하 팽대부'(galactic bulge)나 가스가 많지 않은 곳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풍부할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열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밖에 있는 행성이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아 서식영역 밖에서 생명체를 찾을 확률은 풍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라면서 차세대 망원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배치되면 내부 열을 가진 행성의 적외선 흔적을 포착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