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잎사귀 미세한 구멍 조절…농작물 생산량 늘린다
국내 연구진이 식물 광합성 과정에 필수 역할을 하는 기공(氣孔: 잎 표면에 뚫린 미세한 구멍)을 조절해 농작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곽준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와 김윤주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연구원은 식물 기공을 형성하는 공변세포 발달 조절에 마이크로RNA가 작용하는 역할과 원리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마이크로RNA(miRNA)는 메신저RNA(mRNA) 말단에 붙어 이를 절단하면서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소간섭RNA(siRNA)라고도 한다.

식물은 기공을 통해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부산물인 수분과 산소를 배출하며 성장한다. 또 환경 변화에 따라 기공 수와 분포를 조절한다. 기공을 만드는 ‘공변세포’는 식물의 잎과 줄기 등 표피에 존재하며, 한 쌍이 마주붙어 기공을 이룬다. 기공 개폐는 공변세포의 ‘팽압 조절’에 따라 진행된다. 팽압 조절은 세포가 물을 흡수해 부피가 커지면서 세포벽을 밀어내는 것을 말한다. 식물이 물을 먹으면 꼿꼿하게 서거나 싱싱하게 되는 것은 팽압 조절 때문이다.

학계에선 오랜 기간 공변세포 발달을 연구해왔다. 발달 단계에서 특이한 작용을 하는 인자들, 발달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체계 등이 순차적으로 규명됐다. 그러나 마이크로RNA를 통한 기공 발달 메커니즘은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공변세포의 발달 단계마다 특이하게 관여하는 마이크로RNA를 분리할 수 있는 분자유전학적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마이크로RNA를 억제 또는 과발현시키면 기공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마이크로RNA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기공 최적화를 통해 광합성을 인위적으로 늘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농작물 생산성 증대에 연결될 수 있는 기초연구 성과”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자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