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S20'/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갤럭시S20'/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에 대한 국내 시장 반응이 예상외로 미지근한 가운데 'V60 씽큐 5G' 국내 미출시를 택한 LG전자의 판단이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진행된 갤럭시S20 국내 사전예약 판매량은 자급제 모델까지 포함해 전작 갤럭시S10의 70~8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갤럭시S20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예년보다 떨어지는 것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공시지원금 영향이 크다.

통상 5세대 이동통신(5G)이 막 상용화되면 통신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푼다. 국내도 마찬가지. 지난해 5G 기기에 대한 이통사들 보조금은 50만원대에 달했는데 갤럭시S10이 이 시기에 나왔다.

올해 갤럭시S20에 대한 이통사들 보조금은 2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통사들이 사전예약 기간을 1주간으로 줄이고 공시지원금도 변동 없이 유지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은 것도 갤럭시S20 초반 흥행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악재까지 겹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플래그십의 경우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비율이 높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손님들이 대리점 등을 찾는 비율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LG전자 3번째 듀얼스크린 'LG V60 씽큐 5G'/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3번째 듀얼스크린 'LG V60 씽큐 5G'/사진제공=LG전자
반면 LG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V60 씽큐 5G 출시 국가에서 한국을 과감히 배제했다. LG전자는 V60 씽큐 5G를 '5G 개화기'인 북미와 유럽 시장에만 선보였다. 곧 일본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가 스마트폰이지만 이들 국가에선 높은 보조금을 실어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 판단,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편 것이다. 출시국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LG전자는 LG V60 씽큐에 대해 듀얼스크린이 어느정도 익숙한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가 됐다는 점, 최근 나온 여타 플래그십 모델과 달리 이어폰 단자를 탑재했다는 점 등이 외신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도리어 당분간 국내 시장을 '가성비 전략'으로 공략할 계획. 고사양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이른바 실속형 폰을 내세웠다. 최근 30만원대 초반 'Q51'을 국내에 출시한 LG전자는 올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G시리즈도 100만원 이내로 판매할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의 '매스 프리미엄 폰' 전략의 일환이다.

이처럼 양사의 스마트폰 전략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갤럭시S20 시리즈 출시 국가를 130개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갤럭시S20 시리즈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인 데다, 출고가가 높게 책정된 만큼 판매량과 별개로 마진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특히 100배 줌·1억 화소 카메라를 갖춘 최고가 모델 갤럭시S20 울트라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 평이 나올 만큼 수요가 많다.

반면 LG전자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출시 국가를 선택한다는 복안이다. LG전자는 올 2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와 중남미, 유럽 지역 등에 약 35만원(300달러) 내외의 실속형 스마트폰 'K'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이번 플래그십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대신 다른 국가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며 "다만 차기 플래그십 모델도 국내에 미출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때도 시장 상황 등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