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밖 소포 '엑소좀', 세포막 뚫는 독소 발 묶어
미 뉴욕대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병원체 독소 공격 무력화하는 세포 방어체계 발견"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병원체가 몸 안에 침입하면 제일 먼저 세포막을 공격한다.

병원체가 분비한 독소에 세포막이 뚫린 세포는 죽고, 버텨낸 세포는 살아남는다.

병원체에 노출된 세포가, 미끼처럼 작용하는 엑소좀(exosome)을 분비해 병원체의 독소 공격을 방어하는 메커니즘을 미국 뉴욕대(NYU) 의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엑소좀은 스펀지처럼 병원체 독소를 빨아들여 무력화했다.

그래서 병원체가 들어와도 엑소좀을 분비하는 세포는 살았다.

이번 실험 대상에는 의료계의 골칫거리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 구균)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디프테리아 원인균Corynebacterium diphtheriae)도 포함됐다.

NYU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의 개요를, 4일(현지시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따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 이런 '엑소좀 방어 체계'가 많이 보존된 걸 확인했다.

미국인 5명 중 1명꼴이 MRSA에 감염돼 있는데도 치명률은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이 방어체계 덕분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엑소좀은 다중 소포체((multivesicular body)가 세포막과 융합해 배출된 것으로 혈액 응고, 노폐물 제거, 세포 간 신호 교환 등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세포 안에서 RNA를 분해하는 단백질 복합체도 똑같이 '엑소좀'이라고 지칭하나 전혀 다른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켄 카드웰 미생물학과 부교수는 "엑소좀은 독소가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잠시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라면서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T세포나 항체가 직접 나설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엑소좀과 흡사한 인공 소포(vesicle)를 인체에 주입하거나 엑소좀 생성을 북돋우는 방법으로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치료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특히 자가포식(autophagy)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단백질(ATG16L1)에 주목했다.

세포 밖의 엑소좀이 병원체 독소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은, 세포 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자가포식 경로와 거의 판박이라고 한다.

이 단백질이 결핍된 세포는 병원체 감염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체 공격에 살아남는 세포에는 예외 없이 이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전의 실험에서 입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