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시장 지각변동
환자 80%인 비소세포폐암
바이오마커로 치료법·예후 판단

노바티스·머크·화이자 개발 한창
조직 통해 바이오마커 확인 한계

한국 에이비온 신약후보물질은
혈액만으로 파악 … 경쟁서 우위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비온의 한 연구원이 서울 구로동 본사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에이비온 제공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비온의 한 연구원이 서울 구로동 본사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에이비온 제공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시장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의 대표적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표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에 작용하는 기존 표적항암제로는 치료하기 힘든 환자군을 위한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어서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고 있다.

○표적항암제, 폐암에 효과적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 병리조직 특징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암세포가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은 것을 소세포폐암, 그렇지 않은 것을 비소세포폐암이라고 한다. 폐암의 80%가량이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발병 요인, 치료법, 예후 등을 판단하는 데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가 제시한 최신 폐암 치료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치료를 시작하기 전 바이오마커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특이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표적항암제가 비교적 잘 듣는 암종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화학항암제에 비해 독성이 적다. 대부분 경구용이기 때문에 투약 편의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항암제 내성 극복이 숙제

표적항암제가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는 EGFR, ALK, ROS1, PD-L1 등이 있다. 이 가운데 EGFR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와 타그리소, 로슈의 타르세바 등이다. 이 치료제들은 EGFR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 분화 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효소를 차단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투여 초기에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평균 6~8개월 뒤 대부분 환자에게 항암제 내성이 생긴다. 기존 표적항암제가 접근하지 못하는 새로운 암세포가 생겨나는 것이다.

내성 암세포는 다양한 기전으로 스스로를 증식시킨다. EGFR 신호전달 경로를 우회하는 방식이 그중 하나다. 이 암세포는 c-Met이란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c-Met을 바이오마커로 삼아 이를 저해하는 표적항암제가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GFR 기반의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0%에서 c-Met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EGFR 기반의 표적항암제와 c-Met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를 병용하면 치료 효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6%에선 처음부터 c-Met이 발현된다. 이 환자에게는 c-Met 저해제가 단독으로 쓰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세계에서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70만 명 가운데 25만 명이 c-Met 기반의 표적항암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에서 신약 개발 활발

글로벌 제약사 중 노바티스, 머크, 화이자 등이 c-Met을 저해하는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노바티스와 머크는 임상 2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올해 말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온, 네오팜, 종근당 등이 개발에 나섰다. 에이비온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ABN401’은 저분자화합물로 비소세포폐암, 위암, 간암 등 고형암 발병에 관여하는 효소인 c-Met을 차단한다. 에이비온의 경쟁력 중 하나는 바이오마커인 c-Met을 혈액 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액체생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비온은 국내와 호주에서 임상 1·2a상을 수행하고 있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노바티스,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조직생검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고 있다”며 “수술 없이 혈액만으로 바이오마커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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