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늘어나며 "진지한" 연구 촉구 목소리 늘어
'찬밥 대접'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 주류 영역 들어서나
우주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이지만 이 단계를 넘어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생명체를 탐색하는 분야는 변두리 과학으로 취급돼 왔다.

여태껏 예산 낭비라는 인식이 강해 이 분야 연구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민간부문에서 조성된 기부금으로 운용돼 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BBC뉴스와 '지적 외계생명체 탐색(SETI·Search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국립 전파천문대(NRAO) 관장인 앤서니 비즐리 박사는 최근 수십년간 정부가 연구비 지원을 기피해온 SETI 분야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연구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비즐리 박사는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총회에서 이렇게 밝히며 "SETI 분야가 냉대에서 벗어나 천문학의 모든 다른 분야와 적절히 통합돼 다뤄져야 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NRAO와 SETI 연구소가 고감도 전파망원경인 '칼 G. 잰스키 초대형배열'(VLA)을 처음으로 SETI에 활용하기로 합의한 데 뒤이어 나온 것이다.

25m짜리 대형 안테나 27대로 구성된 VLA는 블랙홀을 관측하고 우주나 별 형성에 관한 연구를 해왔으며 SETI에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ETI 연구소는 VLA가 관측한 자료에 지속해서 접근할 수 있는 이더넷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설치하면 지적생명체를 찾을 확률이 "10배, 많게는 100배"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전파망원경 중 하나로 꼽히는 VLA가 SETI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가져오는 신뢰도 제고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국립과학재단(NSF) 등이 1984년에 우주 생명체의 기원과 지적 생명체 연구를 위해 비영리단체로 설립된 SETI 연구소의 과학 연구에 많은 예산 지원을 해왔지만, SETI 분야만큼은 예외였다.

NASA가 1990년대에 SETI에 연 1천만달러의 예산지원을 시도했으나 이를 예산낭비로 받아들인 의원들이 상정한 법안에 의해 폐기되고 말았다.

이후 외계행성 대기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연구에 대해서는 예산이 지원돼도 지적생명체 탐색 분야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연구비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에는 이 공백을 뜻있는 재력가들의 기부금이나 시민 모금으로 메워왔다.

'찬밥 대접'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 주류 영역 들어서나
우주에서 지적생명체 간에 오간 교신을 잡아내기 위해 2016년부터 10년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도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가 1억달러를 기부해 가능했다.

브레이크스루 리슨 연구팀을 이끄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SETI 연구센터의 앤드루 시미온 박사는 약 4천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되면서 명망 있는 과학자들이 SETI를 좀 더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시미온 박사는 BBC 뉴스와의 회견에서 "인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저 너머에 다른 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면서 "이제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심오한 과학적 발견으로 자리매김할 발견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