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터디는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히트 상품인 동요 ‘아기상어’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까지 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팀 워싱턴 내셔널스도 이 노래를 응원가로 쓰고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회사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모른다’다. 기업 가치 산정 작업이 이뤄진 지 오래되다 보니 몸값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투자 유치 기록은 2017년이 끝이다. 당시엔 30억원을 받았다. 2015년 처음 100억원을 투자받은 뒤 매해 유치액을 줄였고 2018년부터는 아예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있다.
VC 뭉칫돈 거부하는 스타트업 CEO들
“지분 줄고 간섭 커지는데 굳이…”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 아기상어 등의 콘텐츠로 95개국에서 유아교육 앱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 외부 투자를 받을 요인이 크지 않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업체에서는 창업 초기에 받은 투자금으로도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회사 가치가 더 커질 때까지는 지분 희석을 감내한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기존 투자금을 최대한 아껴 쓰고, 추가 투자 유치 시기를 뒤로 미루는 기업이 많아졌다. ‘더 빨리, 더 많이’가 능사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한 3차원(3D)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 스타트업 토모큐브도 새로 참여하고 싶다는 VC들의 요청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회사는 필요한 자금 규모,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기존 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신규 투자자는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투자에 나서는 목적도 달라졌다. 최근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한 한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 목적을 ‘네트워킹’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투자를 희망하는 기존 투자자들의 얼굴을 세워주고 전략적 파트너와 손을 잡는 성격이 커졌다. 이번 투자에 관여한 VC 관계자는 “돈을 쌓아두고 장사하는 회사여서 지분을 기대한 만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갑’과 ‘을’이 뒤바뀐 벤처투자 시장

벤처투자 시장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돈이 흔해져서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자금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4조2777억원을 기록했다. 실력이 검증된 곳은 투자자들을 골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상황이 바뀌면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셈법도 달라졌다. 기업 가치를 더 올린 뒤 창업자 지분을 세일즈하겠다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언제 투자 유치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2~3년을 버티면서 기업 가치를 두 배로 올리면 엑시트(자금 회수) 단계에서 거머쥘 수 있는 몫이 두 배로 늘어난다”며 “돈이 급한 기업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외부 자금을 끌어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창업자 지분을 일찍 기관에 넘기면 경영권을 지키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여기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9일 벤처업계에 제한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스타트업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차등의결권의 시효가 제한돼 있는 데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족쇄’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